유엔군 참전용사들 손녀 역할 수행하는 부산의 초등학생

입력 2017-11-07 15:44  

유엔군 참전용사들 손녀 역할 수행하는 부산의 초등학생

용문초 4학년 캠벨 에이시아, 이메일로 영상편지 등 교류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참전용사들이 살아계시는 동안 좋은 기억만 남겨드리고 싶어요."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6·25전쟁 유엔군 참전용사 방한 등의 행사가 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노병들을 맞이하는 초등학생이 있다.




백발의 참전용사들에게 손녀 역할을 하는 초등학생은 부산 남구 용문초등학교 4학년 캠벨 에이시아(9) 양이다.

아버지가 캐나다인이고 어머니가 한국인인 에이시아 양은 엄마가 사준 전투화와 전투복에 베레모까지 쓰고 참전용사들에게 경례하고 말벗이 돼 준다.

에이시아 양이 참전용사들에게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지난해 사단법인 H20품앗이운동본부가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개최한 '한국전쟁 유엔 참전용사에게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에 참가하면서다.

당시 초등부 대상을 받은 에이시아 양은 올해 6월 전쟁기념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국가보훈처의 초청으로 방한한 미국 참전용사들을 만났고 그들 중 일부와 이메일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열 살도 안 된 어린 학생이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참전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자 노병들은 감격할 수밖에 없었다.

6·25 참전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며 50년 넘게 악몽을 꾸던 한 미국 참전용사는 에이시아 양을 만난 이후 숙면하는 날이 늘어났다.

에이시아 양은 미국 외에도 벨기에, 영국, 네덜란드 참전용사들과도 이메일로 소식을 주고받는다.

인기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에이시아는 자신이 직접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동영상까지 만들어 주요 국가의 참전용사들에게 보냈다.

손녀 같은 에이시아 양의 모습을 본 참전용사는 10명이 넘는다.




에이시아는 유엔기념공원을 대신 참배해달라는 네덜란드 참전용사의 부탁을 받고 참배 현장의 이모저모를 영상편지로 만들어 보내 큰 감동을 주기도 했다.

에이시아 양은 요즘 아빠·엄마와 함께 360도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를 들고 부산의 명소를 촬영하고 있다.

부산 방문이 어렵거나 자주 올 수 없는 참전용사들에게 자신들의 전우가 잠든 도시가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기 위해서다.

가상현실 건축가가 되는 게 꿈이라는 에이시아 양은 직업 외교관이 아닌 민간 외교관도 되고 싶다.

최근에는 더 많은 국가의 참전용사와 소통하려고 네덜란드어와 프랑스어를 독학으로 배우고 있다.

에이시아 양은 "제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을 지켜내는 데 큰 역할을 하신 참전용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게 큰 보람"이라며 "그분들이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제가 더 기뻐요"라고 말했다.




에이시아 양은 오는 11일 유엔기념공원에서 열리는 국제 추모행사인 '턴 투워드 부산'에 참석해 세계 각국의 참전용사들을 만난다.

이번에는 경성대 시각디자인학과 학생들이 재능 기부로 만든 유엔군 참전용사 캐릭터 배지와 컬러링 엽서 등을 참전용사들에게 전달하는 임무를 맡았다.

pitbul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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