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론 3명은 "내수 회복세 미지수"
7명 중 의사 밝히지 않은 이주열 총재에 사실상 결정권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7명의 금융통화위원 중 이일형 위원이 인상 소수의견을 낸 가운데 또 다른 2명의 위원 역시 멀지 않은 시점에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7일 공개한 금융통화위원회(10월 19일 개최) 본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의사를 밝힌 금통위원 6명의 의견은 10월 인상 1명, 조만간 인상 2명, 신중론 3명으로 갈렸다.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인 이주열 총재가 통상 의견을 밝히지 않은 점을 고려한다면 금리 인상론이 3명, 신중론이 3명으로 팽팽하게 맞선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금통위에선 이 총재의 의사에 따라 사실상 금리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총재는 당시 금통위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금융완화의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성숙돼가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었다.
유일하게 지난달 인상 의견을 낸 이일형 위원은 "우리 경제 성장이 이미 잠재성장률을 상회하고 있다"며 "통화정책의 완화적 기조를 다소 축소시켜 부작용을 해소하고 향후 예정된 확장적 재정정책과 균형을 맞추는 것이 정책 효과를 최대화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한 수출, 설비투자의 성장 기여도가 높고 내수에 미치는 낙수효과가 점차 확대할 것으로 봤다.
아울러 지속한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의 부작용으로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등 소비 여력 축소, 잠재성장률 하락 요소가 될 수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론을 폈다.
조만간 인상 입장을 밝힌 A위원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25%에서 유지하되 머지않은 적절한 시점에 기준금리를 인상해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축소 조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그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서도 국내 경제가 글로벌 경기 흐름을 반영해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이 예상보다 조기에 완화된다면 성장세는 더 높아질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 "북한 리스크가 여전히 일반 경제주체들의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보다는 조금 미뤄 북한 리스크의 전개 양상을 좀 더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며 11월 인상 의견을 예고했다.
B위원도 "다소 불확실한 세계교역의 회복 추세가 보다 분명해졌고 소비도 완만하나마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어 올해 들어 축적돼 온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한층 높아진 상황"이라며 "금번 경제 전망이 실현됨을 확인하면서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른 3명의 위원은 기준금리 인상에 신중론을 폈다.
C위원은 "수출과 설비투자 확대가 일부 제조업에 편중됨에 따라 민간소비 등 내수 회복세는 아직 견조하지 못한 모습"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 규제감독 강화가 가계신용 공급 및 수요에 미치는 영향, 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상승세 안정화 여부를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D위원은 "최근의 경기 회복 추세가 기조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점차 확대시킬 수 있을 정도로 확산될 것인지를 점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신중론을 취했다.
E위원은 "그동안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인한 금융 불균형 누적 해소에 나서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경기가 견조한 회복세를 이어갈지와 물가 경로에 대한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해 보이는 상황에서 너무 빨리 통화정책 기조 변경에 나서는 것은, 너무 늦게 금융 불균형 해소에 나서는 것과 마찬가지로 큰 부담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porqu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