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불씨 살려주세요"…빈곤층 연탄 후원금 '반토막'(종합)

입력 2017-11-08 14:05  

"나눔 불씨 살려주세요"…빈곤층 연탄 후원금 '반토막'(종합)

전국 연탄은행 올해 700만장 지원 목표…후원금 줄어 차질 우려

연탄값 100원 인상 추진설…"값 오르면 목표 달성 차질 불가피"



(전국종합=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저소득층에 연탄을 후원하는 도움의 손길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구호·복지단체 관계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예년 같으면 후원금 기부에 연탄 배달을 자처하는 등 저소득층 지원에 나선 기업이 적지 않았지만 올겨을을 앞두고는 후원 규모가 반토막난 분위기다.

구호·복지단체 관계자들은 "작년까지는 그럭저럭 견딜만했는데 올해는 후원금 모금액이 뚝 떨어졌다"며 "이러다가 냉기가 가득한 방에서 주무시는 어르신들이 계시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국에는 저소득층의 겨울나기를 돕는 31개 연탄은행이 있다.

연탄은행이 계획한 올겨울 연탄 지원 물량은 700만장이다. 가구별 지원 물량이 지역마다 다르지만 한 가구가 200장씩 지원받는다고 보면 3만5천가구가 겨울을 한때나마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

이달부터 연탄 지원이 시작된 곳도 있어 후원금 액수가 얼마나 되는지 집계하기는 어렵지만 지역에 따라 후원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적지 않다.


홀몸 노인 등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 겨울철 연탄을 지원해 온 충북연탄은행 관계자들의 얼굴에서는 요즈음 생기를 찾기 어렵다.

이달 초부터 한파가 몰아치기 시작했지만 후원금이 좀처럼 모이지 않으면서 기초생활수급자나 저소득층 가구에 연탄을 제때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지난 여름 충북을 휩쓸었던 사상 최악의 수해는 주택과 농경지만 침수시킨 게 아니다. 겨울을 앞두고 집 한쪽에 애지중지 쌓아놨던 연탄마저 못 쓰게 만들었다.

갓 배달받은 연탄에 불을 피우면 가스가 많이 발생해 지난 겨울 지원받은 연탄을 일부 남겨 이듬해 쓰려고 했던 것인데 올해는 수해로 물거품이 됐다.

사정이 딱한 가정에 서둘러 연탄을 지원해야 하지만 후원금이 바닥나면서 연탄은행은 마음만 급할 뿐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처지가 됐다.

충북연탄은행은 올겨울 1천 가구에 20만장의 연탄을 지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지금까지 고작 141가구에 2만8천장의 연탄을 지원한 게 전부이다.


기업이나 단체 후원도 겨울을 앞두고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인지 저소득층에 연탄을 지원할 후원금은 좀처럼 모이지 않는다는 게 충북연탄은행의 설명이다

또 다른 지역의 연탄은행 관계자는 "소액 기부자들의 후원은 꾸준하지만 기업 후원 규모가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지금은 지원 초기이긴 하지만 후원 규모가 지금 수준을 유지하면 이번 겨울에는 저소득층 연탄 지원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연탄값이 장당 100원가량 오른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연탄은행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소문처럼 장당 600원에서 700원선으로 오를 경우 연탄은행의 저소득층 후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서울·강원 지역 연탄은행은 장당 700원으로 예상해 연탄 후원금을 모금하고 있다. 고지대가 많은 일부 지역에서는 배달료까지 감안하면 장당 가격이 1천원대로 훌쩍 뛴다고 한다.

강정칠 부산연탄은행 대표는 "연탄을 지원받는 가구는 대부분 고지대여서 배달료를 고려하면 장당 가격이 1천원에 육박한다"며 "후원금이 늘어도 연탄값이 오르면 지원 규모가 오히려 줄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렇다고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편성해 저소득층 연탄을 지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기름보일러를 쓰거나 도시가스를 쓰는 저소득층 가구와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연탄 지원은 시민운동 차원에서 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이나 공동모금회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k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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