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문재인 정부 통신비 인하 정책에 잇단 '딴지'

입력 2017-11-08 09:13   수정 2017-11-08 10:11

SK텔레콤, 문재인 정부 통신비 인하 정책에 잇단 '딴지'

서민위한 보편요금제 '반대'·요금 감면 '주저'·알뜰폰 협상 '소극적'

시민단체 "통신비 인하는 국민적 요구…통신사는 요구에 응답해야"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신선미 기자 = 이동통신시장 1위 SK텔레콤[017670]이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에 잇따라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서민과 저소득층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보편요금제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거부 입장을 밝혔고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에도 소극적인 태도로 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존에 발표했던 통신비 인하정책을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이 통신비 인하의 열쇠를 쥔 1위 통신사로서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SK텔레콤은 조만간 알뜰폰 도매대가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도매대가는 알뜰폰이 이통사에 망을 빌리는 대가로 지불하는 금액으로 정부와 망 의무제공 사업자인 SK텔레콤이 매년 협상을 거쳐 결정한다.

정부는 6월 통신비 절감 대책을 발표하며 LTE 도매대가를 10%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4만원대 LTE 요금제의 경우 알뜰폰 업체가 가져가는 몫을 현재 55%에서 65%로 올리고, 이통사에 주는 몫을 45%에서 35%로 낮추는 방식이다.

지난 7월 시작한 협상은 애초 8월 마무리될 계획이었지만, SK텔레콤이 난색을 보여 석 달 넘게 타결을 보지 못했다.

SK텔레콤은 수익배분율보다 기본료를 10%포인트 조정하기를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25% 요금할인, 취약계층 요금 감면 확대 등으로 도매대가를 인하할 여력이 줄었다는 게 주된 이유다.




하지만 알뜰폰업계는 통신비 절감 정책으로 인한 타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수익배분율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협상이 지연되면서 내년 사업 계획조차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며 "통신비 대책으로 인한 타격은 대형 통신사보다 중소 알뜰폰업체들이 더욱 크다"고 항변했다.

SK텔레콤은 보편요금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지난 6일 컨퍼런스콜에서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민간의 통신 서비스 요금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통신사 입장에서 수용이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 수준에서 기존 데이터 최저 요금제보다 많은 음성 통화와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로, 정부는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을 통해 내년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고가 요금제로 혜택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가입자 간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취약계층 요금 감면에 대해서도 SK텔레콤은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과기정통부는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의 통신비를 1만1천원 감면해주는 전기통시사업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지만 SK텔레콤은 '고령층이 늘면서 손실액이 커진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기업의 입장은 이해한다"면서도 "우리는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정한 정책 내용을 일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이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꺼내 든 이유도 자사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과 단말기 판매를 분리하는 완전자급제는 기존 경쟁 체제를 고착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SK텔레콤이 시장 지배적 위치를 지키기 쉬워지는 셈이다. KT와 LG유플러스가 완전자급제에 소극적인 이유다.

비용 절감도 SK텔레콤의 노림수 중 하나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완전자급제 도입은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폐지를 전제로 하는데 단통법이 사라지면 요금할인도 사라진다"라며 "게다가 단말 지원금도 주지 않아도 돼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윤철한 국장은 "통신비 인하를 요구하는 국민적 요구가 분명한 만큼 통신사들은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며 "자사 이익만 취하기보다는 서로 양보하면서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okk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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