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공산당 주관…붉은광장선 애국심 고취 군사퍼레이드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시내에서 7일(현지시간) 공산당이 주관한 '사회주의 혁명'(10월 혁명) 100주년 기념 가두행진 및 집회가 열렸다.
지난 1917년 10월 25일(구력/신력 11월 7일) 노동자·농민의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표방한 볼셰비키당(사회민주노동당: 러시아 및 소련 공산당의 전신)이 임시 정부를 무너뜨리고 정치권력을 장악한 10월 혁명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가두행진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시내 푸슈킨 광장에서부터 시작돼 트베르스카야 거리를 따라 크렘린궁 인근 혁명 광장까지 이어졌다.
행진에는 겐나디 쥬가노프 러시아 공산당 당수와 당원들, 이탈리아·스페인·아르헨티나 등 80여 개국 공산당 및 좌파 정당 대표, 20여 개 국제기구 대표 등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10월 혁명 지도자인 블라디미르 레닌과 소련 지도자 이오시프 스탈린, 쿠바 혁명가 체 게바라 등의 사진을 들고 소련 시절 음악에 맞춰 거리를 행진했다.
가두행진 뒤엔 카를 마르크스 동상이 있는 혁명 광장에서 기념집회를 열었다.
인류 최초의 역사적 실험인 사회주의 혁명이 100주년을 맞았지만 이를 기념하는 러시아의 분위기는 차분한 편이다.
러시아 정부 차원의 특별한 행사는 열리지 않았고 공산당이 주도하는 몇몇 기념행사만이 개최됐다.
이에 앞서 2~3일에는 혁명의 중심지였던 상트페테르부르크(옛 페트로그라드)에서 제19차 공산당·노동당 국제대회가 개최됐다.
한편 이날 오전 모스크바 크렘린 궁 앞 붉은광장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1년 펼쳐졌던 군사퍼레이드를 재현하는 열병식이 5천여 명의 군인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열병식은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이 지켜봤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등 정부 인사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옛 소련은 모스크바로 진격해오는 독일 나치군과 전쟁을 치르던 중인 1941년 11월 7일 군인과 국민의 사기 진작을 위해 붉은광장에서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를 벌인 바 있다.
러시아 정부가 제정 러시아의 전제 권력을 무너뜨린 민중혁명을 기념하는 대신 나치 독일에 맞선 소련 국민과 군인들의 영웅적 애국정신을 기리는 열병식을 벌인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시리아 내전 등으로 서방과 최악의 갈등을 겪는 현 상황에서 국민의 애국심을 고취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