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지난달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저지하려던 스페인 경찰에 대한 풍자 만평을 게재한 스페인의 한 주간지 편집장이 법정에 서게 되면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스페인 주간지 엘 후에베스의 길레르모 마티네즈-벨라 편집장이 지난 10월 카탈루냐 주민투표 저지 과정에서 과잉진압 논란을 빚은 경찰을 비판하는 만평을 게재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지난달 엘 후에베스는 카탈루냐 주민투표 저지에 투입된 스페인 경찰이 카탈루냐 전역의 코카인을 모두 흡입했다는 내용의 만평을 게재했다.
만평에는 콜롬비아의 마약조직이 카탈루냐에 투입된 스페인 경찰에게 코카인을 납품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는 가상의 마약 조직원 발언도 실었다.
당시 이 만평은 트위터에서 1만5천여차례 리트윗되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스페인 경찰 노조는 만평이 모욕적이고 위험하며 경찰의 명예를 훼손한다며 엘 후에베스를 검찰에 고발했다.
마르티네즈-벨라 편집장은 "우리 엘 후에베스는 지난 40여년간 이런 일을 했다. 우리는 유머와 시사를 뒤섞고 모든 게 허구다. 우리는 뉴스를 가공해 웃기는 만평을 만든다. 우리 독자들은 이 모든 걸 이해한다"고 해명했다.
엘 후에베스가 만평으로 스페인에서 처벌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7년에는 당시 왕세자였던 펠리페 국왕 부부가 성관계를 맺는 장면을 묘사한 만평을 실었다가 벌금형을 받았다.
이와 관련, 스페인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비판이 일었고 국제 인권단체와 유엔(UN)도 스페인 정부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었다.
마르티네즈-벨라 편집장은 "더 큰 문제는 (스페인) 언론이 정치인들에게 책임을 묻는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어쩌면 요즘 같은 시기에는 권력의 통제를 받고 권력과 가까운 언론매체의 정치비판보다는 풍자가 더 유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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