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방령 지나면 장원급제, 추풍령 지나면 추풍낙엽"
난계국악체험촌 세계 최대 북 '천고' 수험생에 개방
(영동=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영동군 매곡면과 경북 김천시 대항면 사이에는 괘방령(掛榜嶺)이라는 아담한 고갯마루가 있다.
조선시대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는 영남지역 유생들이 넘어다니던 길이다. 예로부터 이 지역에는 이 고개를 넘어선 유생들은 과거에 급제하고, 인접한 추풍령으로 돌아간 사람은 '추풍낙엽'(秋風落葉)이 돼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이런 소문 때문에 당시 인근 고을에 부임하던 관리들도 한사코 이 고개를 넘었다고 한다.
'괘방'(掛榜)이라는 지명 자체가 장원급제를 알리는 방이 붙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임진왜란 때 추풍령으로 쳐들어온 일본군이 괘방령으로 쫓겨났고, 한국전쟁 때 추풍령으로 남진한 북한군이 괘방령으로 퇴각했을 정도로 이 고개에는 상서롭고 영험한 기운이 있다고 전해진다.
영동군은 이 고개의 특별한 의미를 기리기 위해 2005년 고갯마루에 돌탑을 세우고 '장원급제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뒤 이곳은 큰 시험을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찾아와 치성을 올리면서 마음의 평안을 찾는 장소가 됐다.
이달 16일 실시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요즘에도 이곳을 찾아 고득점을 기원하는 사람이 적잖다.
박창정 영동군 매곡면 부면장은 "요즘 돌탑 앞에서 두 손 모으고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며 "미신이라고 치부할지 몰라도, 애간장이 타는 수험생과 학부모에게는 위안이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길과 더불어 영동군 심천면 난계국악기제작촌에는 천고'(天鼓)라고 이름 지어진 초대형 북이 있다. 울림통 지름 6.4m, 폭 6m 크기인 데, 2011년 기네스 월드 레코드(GWR)에 '세계에서 가장 큰 북'(Largest Drum)으로 등재됐다.
'천고'라는 이름 역시 '소망과 염원을 하늘에 전달하는 북' 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보니 이 북을 두드리려는 수험생도 많다.
최근 지역활동에 나선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곳을 방문해 북을 쳤다.
영동군은 수험생과 가족을 위해 수능 이튿날인 이달 17일까지 이북을 무료로 두드릴 수 있도록 한다.
체험촌 관계자는 "주중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체험촌을 방문하면 천고를 두드릴 수 있고, 원할 경우 대형 펼침막에 고득점을 기원하는 이름도 새겨준다"고 말했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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