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혁신' 조용히 명패 바꾸는 정부기관

입력 2017-11-09 05:01   수정 2017-11-09 07:09

'창조→혁신' 조용히 명패 바꾸는 정부기관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정부기관들이 내부 조직도에서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화두였던 '창조'를 지우고 현 정권의 키워드인 '혁신'으로 대체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8일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달 31일 기획조정실 산하 창조행정담당관실의 이름을 혁신행정담당관실로 바꿨다.

이 부서는 국토부 조직과 산하 기관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곳으로, 명패가 바뀌었지만 기능은 거의 변한 것이 없다.

이름 변경은 국토부 자체 판단이 아닌 행안부의 가이드라인에 의한 것이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기조실은 각 정부기관의 인사나 조직을 관리하는 공통기능 부서다. 부처들이 통일성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행안부가 관리 지침 등을 마련한다.

또 각 기관의 기조실에는 이름이나 기능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자체 조직 관리를 맡는 옛 창조행정담당관실, 지금의 혁신행정담당관실과 같은 부서가 공통으로 있다.

행안부는 지난 7월 정부조직 개편 때 각 기관에 이들 부서의 이름에서 '창조'를 빼고 현 정권의 가치인 '혁신'이 들어가게 변경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당시 행안부도 정부조직을 관장하는 '창조정부조직실'을 '정부혁신조직실'로 바꾼 바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정부는 7월 국정과제를 확정한 이후 '열린정부'와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며 "과거 정권의 '창조경제'를 대체해 혁신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기관 기조실 내 조직의 명칭을 변경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기관이 직제시행규칙 등을 변경하는 시점에 맞춰 이름 변경을 하도록 했기에 시차가 있다.

현재 18부처 5처 17청 등 정부기관 52곳의 홈페이지 조직 소개란을 보면 조직 이름에서 '창조'가 없는 곳은 37곳에 달한다.

그러나 나머지 15개 기관에서는 '창조'가 들어있는 부서가 여전히 남아 있다.

부 중에는 외교부와 국방부에 창조행정담당관실이 있고 조직이 작은 청 단위 기관에서는 국토부 산하 새만금개발청과 행정중심복합도시개발청을 비롯해 기상청, 문화재청, 국세청, 조달청 등이 있다.

정부 인사를 담당하는 인사혁신처에서도 창조 글자가 있는 창조법무감사담당관실이 있다.

정부 부처가 추진하는 사업에서도 창조라는 단어는 퇴출되고 있다.

국토부가 창조경제를 확산하기 위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방문하기도 한 경기도 '판교창조경제밸리'는 새 이름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판교창조경제밸리의 새로운 명칭 공모전에 나서 3일까지 신청을 받았다.

LH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을 지원하기 위해 이곳을 지역 창업생태계 허브로 만들고자 이름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며 "의견수렴 절차 등을 거쳐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bana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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