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체제' 굳힌 시진핑, 트럼프와 어깨 견주는 위상 과시 의도
북핵·무역불균형 문제 내일 정상회담서 본격 논의, 협력 모색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김진방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오후 한국 방문을 마치고 베이징(北京)에 도착해 2박 3일간의 중국 국빈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중국 방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자금성(紫禁城)에서 차 회동에 이어 연회도 가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빈 이상의 대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통해 '1인 천하'로 올라선 시 주석은 미·중 정상의 자금성 연회 일정을 통해 미국과 중국이라는 주요 2개국(G2) 위상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중국은 19차 당 대회 후 첫 방중 외국 정상으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정해놓았을 정도로 공을 들여왔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국빈 수준을 넘어선 환대를 받을 것이라고 예고해왔다. 중국은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40분(현지시간) 전용기 편으로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에 도착해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 담당 국무위원 등의 영접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 멜라니아 여사를 손을 잡은 채 미소를 띠며 전용기에서 내렸다. 중국 군악대가 연주 속에 어린이들이 미중 양국 국기를 흔들면서 환영했다.
지난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중 때와는 달리 중국 측은 이번에 전용기 계단에 레드 카펫을 깔아 한층 융숭하게 대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은 곧바로 시 주석이 기다리는 자금성으로 향했다.
중국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일정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우선 자금성에선 차 대접 일정과 경극 관람에 이어 만찬이 예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특히 미·중 정상이 자금성을 함께 산책하며 차를 마시는 모습으로 미·중 우의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중국을 찾은 미국 대통령은 만리장성을 방문하거나 자금성을 들르는 수준이었다. 이번에는 중국이 이날 하루 동안 자금성을 통째로 비우고 트럼프 대통령 접대에 활용하기로 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차를 마실 장소로 청나라 건륭제가 차를 마시고 독서실로 쓰던 자금성 남서쪽 삼희당(三希堂)을 정했다.
중국 당국의 이런 차 대접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골프 회동 및 비공식 철판구이 만찬 등과 차별화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마음을 진정하라'는 의미로 차 응대를 준비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 이틀째인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빈방문 공식 환영행사에 참석한 뒤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무역 불균형과 북핵 문제를 주요의제로 시 주석과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대북 제재 압박 미흡과 미중 무역불균형을 문제 삼아 중국을 압박해왔으며,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이를 주제로 중국에 해법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미중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미국의 대(對) 중국 첨단무기 판매 허용 등을 요구하는 한편 북핵문제 역시 미국의 독자제재에 반대한다는 입장과 함께 대북 제재 이외에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 추구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정상은 회담후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합의 내용과 더불어 각각의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19차 당 대회 이후 첫 국빈 방문이자 국제 정세에 심각하고 복잡한 변화가 발생하는 중에 중미 지도자가 베이징에서 회동하는 것"이라며 "양국 정상이 공동 관심인 중대 문제에 대해 다시 전략적 소통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 정상회담 이외에 양국 간에 기업대표 회담도 열려 에너지,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규모 양해각서가 체결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오후 리커창(李克强) 총리와도 만나 경제 분야 등에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주석이 참석하는 칵테일 리셉션과 환영 만찬 및 연회에 참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 마지막 날인 10일 오전 별다른 일정없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베트남으로 향한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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