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심근경색 환자 절반, 치료후에도 담배 못끊어"

입력 2017-11-09 06:31  

"뇌졸중·심근경색 환자 절반, 치료후에도 담배 못끊어"

삼성서울병원, 심·뇌혈관질환 1천700명 흡연 이력 추적결과

연구팀 "금연 동기 커지는 입원·수술 때부터 금연치료 나서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평소 담배를 피우다가 뇌졸중과 심근경색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중 절반은 치료 후에도 담배를 끊지 못하고 흡연을 지속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생명을 앗아갈 뻔했을 뿐 아니라 심각한 장애를 동반하는 질환을 겪고도 여전히 담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흡연자들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서울병원(신동욱 가정의학과 교수)·신한대학(김현숙 교수)·서울대병원(임유경 전공의) 공동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 표본 코호트 자료를 바탕으로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간 심·뇌혈관질환을 겪은 1천700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흡연은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의 치명적인 혈관질환을 유발하는 위험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뇌졸중의 경우 첫 발병 5년 후 재발할 위험이 최대 40%에 달하기 때문에 치료가 잘 됐다고 하더라도 금연은 필수다.

연구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심·뇌혈관질환자들 중 486명(28.6%)이 발병 이전에 담배를 피워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흡연자 가운데 342명(70.4%)은 뇌졸중이었다. 나머지 134명(27.6%)은 관상동맥 등이 막혀있어 심근경색 위험이 큰 허혈성 심장질환 환자였으며, 나머지 10명은 두 질환이 한꺼번에 온 상태였다.

문제는 뇌졸중과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치료받은 후에도 흡연하던 환자 중 49.4%(240명)가 흡연을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체 연구대상자 1천700명의 흡연율로 봐도 발병 이전 28.6%에서 치료 이후 16.3%로 줄어드는 데 그쳤다.






지속적인 흡연자 중에는 발병 이전에 하루에 반 갑 이상, 30년 이상을 흡연해온 경우가 많았다.

담배를 끊었다가 도로 피우는 사람도 있었다. 발병 이전 금연에 성공했다고 답한 194명 중 13명(6.7%)은 치료 후 다시 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이 담배를 입에도 댄 적이 없었다고 했던 환자 1천20명 중 24명(2.4%)은 되레 발병 이후 담배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팀은 환자들의 지속적인 흡연 배경으로 심혈관 질환 발병 이후 나타나는 우울감이나 상실감 등을 꼽았다. 일반적으로 심장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의 경우 전체 인구 대비 우울증 유병률이 2∼3배 더 높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따라서 환자들이 치료 후 다시 담배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초기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신동욱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일반적으로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같은 치명적인 혈관질환을 경험하면 건강행동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며 "여전히 많은 환자가 흡연을 지속하는 만큼 의료진이나 가족이 환자에게 지속해서 금연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금연치료를 받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금연학회 부회장인 김현숙 교수는 건강보험공단의 금연치료지원사업이 암이나 심뇌혈관 질환자들에게는 활성화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입원이나 수술은 금연의 동기가 높아지는 시기인 만큼 이를 활용한 금연 프로그램 등이 개발돼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의학도서관이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최근호에 게재됐다.

bi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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