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경찰관인 남편 충격받아 병가 내고 정신치료 받아
(충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충북지방경찰청의 감찰을 받던 충주 30대 여경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과 관련, 자체 조사에 나선 경찰청이 강압적인 감찰이 있었던 사실을 인정하자 숨진 여경의 동료 경찰관들은 울분을 터뜨렸다.
익명의 투서에 의존해 몰래 사진을 촬영하고, 협박성 회유를 하는 등 동료에 대한 일말의 배려도 없어 중죄인 취급을 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몰아부쳤다는 것이다.
같은 경찰서에 '동료'로 근무해온 남편은 갑작스러운 아내의 사망에 정신적 충격을 받아 병가를 내고 정신 치료를 받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유족은 감찰 결과가 나옴에 따라 민형사상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6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진 A(38·여) 경사와 같은 경찰서에서 근무해온 남편 B 경사는 아내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자 지인들에게 억울하다는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격 때문인지 그는 오는 13일까지 병가를 냈다.
A 경사의 남편과 아이들은 정신적인 충격으로 강원도 원주의 한 의료기관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B 경사는 부적절하고 강압적인 감찰의 행태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으며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안타까운 동료 경찰관의 죽음이 조직 내부의 감찰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동료 경찰들은 착착한 반응을 보였다.
이 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며 "우수한 경찰관이었는데 이렇게 생을 마감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은 "그동안 감찰에 대한 내부 불만이 많았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강압적으로 몰아부치는 감찰 문화가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체 조사를 벌여온 경찰청은 충북청의 감찰 행태에 문제가 있었던 사실이 확인돼 관련자들을 징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A 경사는 익명의 투서를 받은 충북청 감찰의 조사를 받아왔다.
충북청 조사 결과 A 경사에 대한 익명투서 내용이 근무 태도 문제 등 가벼운 사안이었음에도 몰래 사진을 촬영하고, 조사 과정에서 잘못을 시인하도록 A 경사를 회유하는 발언을 하는 등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은 충북청 청문감사담당관 등 감독자와 감찰 관계자들을 인사·징계 조치해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경찰청은 이번 일을 계기로 전국 지방청의 감찰 행태를 점검해 부적격자를 퇴출하고, 인권침해 방지를 위해 감찰조사에 영상녹화와 진술녹음제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익명 투서에 대한 처리 절차도 정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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