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여자가 따라야지"…성차별 경험 터놓고 얘기해요

입력 2017-11-08 22:10   수정 2017-11-09 08:09

"술은 여자가 따라야지"…성차별 경험 터놓고 얘기해요

여가부 주최 '대한민국 남녀 서로에게 말 걸기' 토크 콘서트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술자리에서 여자 후배가 따라주는 술이 더 맛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죠."(여성 참석자)

"아동복지학과에 다닐 때 남학생은 저 혼자였는데 친구들로부터 '형광등은 남자가 갈아야지'라는 말을 듣곤 했어요."(남성 참석자)

20~30대 남녀들이 모여 성 고정관념과 성별 갈등 등에 관해 터놓고 얘기하는 토크 콘서트가 8일 저녁 광진구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열렸다.

여성가족부가 '대한민국 남녀 서로에게 말 걸기'라는 주제로 마련한 이날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자신이 겪은 성차별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무의식적으로 지나칠 수 있는 성 고정관념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졌다.

김지윤 좋은연애연구소장은 "새벽에 강의하러 가면 '아기는 지금 누가 봐요'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며 남자 강사에게는 이런 질문을 하지 않으면서 여자에게만 이렇게 질문하는 것은 성차별적 발언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TV 프로그램 '비정상회담' 출연자인 타일러 라쉬는 "주미한국대사관에서 비서직으로 일할 때 나이 든 남자 외교관이 나를 보고 '어 이 자리에 남자가 있네'라며 의아해한 적이 있다"며 "비서 일을 남자가 하면 이상하게 보고 불편하게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있는 같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여성에게만 일과 육아 중 선택하라는 말을 하거나 남자들이 설거지하면서 도와준다고 표현하는 것 등도 사례로 들면서 우리가 당연시하는 언어표현들을 들여다보면 성차별적 발언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날 콘서트에서는 최근 수면 위로 올라온 '데이트 폭력'도 화두가 됐다.

타일러 라쉬는 "데이트 폭력도 폭력으로 봐야 하는데 부부 사이나 연인 사이의 일이라는 이유로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면서 데이트 폭력은 그냥 폭력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우리 사회에 뿌리 박힌 성 고정관념과 성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개그맨 황영진은 조기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성 평등 교과서를 만들고 성 평등 과목을 만들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때부터 교육할 것"을 제안했고 "결혼할 때 혼인서약서처럼 양성평등 서약을 함께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김지윤 소장은 "두 사람의 관계에서 담론이 오갈 때부터 합리성을 추구했으면 좋겠다"면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을 때마다 '남자니까, 여자니까' 이런 고정관념보다는 '현 상황에서 둘 중 누가 이 일에 더 적합한가'라는 식으로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성차별은 성 평등에 대한 몰이해와 편견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서로 말을 걸고 이야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며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고쳐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isun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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