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담보 주식 매매 막고 주가 올리려 상장사 대주주가 시세조종 의뢰
검찰, 시세조종 대가로 5억 챙긴 브로커 등 3명 구속…자본시장법 위반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대출 담보로 맡긴 주식의 반대매매를 막기 위해 시세조종 세력과 결탁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상장회사 대주주와 이를 도운 브로커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반대매매는 채무자가 빌린 돈을 만기 내에 갚지 못하거나 담보 주식이 일정 가격 아래로 떨어질 경우 주식을 매도하는 것을 뜻한다.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은 대주주 입장에선 반대매매 물량이 나오면 주가에 악영향을 미쳐 손실을 볼 수 있기에 주가 부양에 나선 것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문성인 부장검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주식 브로커 박모(57)씨와 이모(58)씨, 시세조종 전문가 이모(47)씨 등 3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은 또 이들에게 시세조종을 의뢰한 나노섬유업체 A사 전 회장 김모(47)씨를 비롯해 범행에 가담한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1명을 약식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3년 12월부터 2014년 6월까지 브로커를 통해 시세조종을 의뢰하고 A사의 주가를 띄운 혐의를 받는다.
다만 김씨는 주가를 띄운 뒤 주식을 처분해 차익을 실현하는 범행에까지 이르지는 않았다. 검찰은 미실현 이익이 24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시세조종 세력들은 이 기간 고가매수·허수매수 등의 주문을 내는 방법으로 A사의 주가를 부양한 대가로 김씨로부터 총 5억 원을 받았다.
검찰 조사 결과, 2013년 10월께 A사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채업자로부터 약 25억∼30억 원가량의 주식 담보 대출을 받은 김씨는 담보로 맡긴 주식의 반대매매를 막기 위해 범행을 꾀했다.
또 김씨는 전환사채의 전환권 행사를 유도하기 위해 시세조종을 의뢰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전환사채 인수자들이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꾸면 채무가 줄어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상장회사 사주·브로커·시세조종 전문가들로 이어진 '검은 커넥션'의 전모를 밝혀냈다"며 "앞으로도 일반투자자의 투자 판단에 악영향을 미치는 금융시장의 불법행위에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현재는 증시에서 상장 폐지된 상태라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김씨가 저축은행으로부터 주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알선하고 1천만 원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브로커 1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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