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터 출신 사령탑으로서 '족집게' 지도…"이다영, 배워가는 단계"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현대건설의 이도희(49) 감독은 경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세터 이다영(21)을 붙잡고 한참을 이야기했다.
풀세트 접전 끝에 패해 허무할 법도 한데, 이 감독은 차분한 표정으로 선수들이 빠져나간 코트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이다영한테 뭔가를 설명했다.
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과 GS칼텍스가 맞붙은 8일 경기도 수원체육관.
세트 스코어 2-3으로 패한 현대건설 이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인터뷰에서 "높은 공에 의존하다 보니 원래 하던 플레이를 못 하고 상대 블로킹, 수비에 많이 걸렸다"고 총평했다.
이 감독은 "지난번에 GS칼텍스를 쉽게 이겼던 것은 센터 활용이 좋았기 때문인데, 오늘은 엘리자베스 캠벨한테 공이 많이 갔다"고 아쉬워했다.
이 감독은 1990년대 국가대표 세터로 활약한 스타 플레이어 출신으로, 호남정유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고 한다.
세터가 공격수들한테 공을 얼마나 안정되고 정확하게, 상대 블로킹과 수비 움직임까지 봐가면서 얼마나 전략적으로 토스하느냐에 따라 경기가 좌우된다.
이 감독 자신이 세터 출신이기에 이다영이 어떻게 경기를 운용하는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경기 종료 직후 이다영을 불러 오랫동안 설교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 감독은 "아직 경기 잔상이 남아 있을 때 알려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날 이다영의 플레이에 대해 느낀 점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경기 흐름을 가져왔을 때는 세터가 공격적으로 해줘야 해요. 원래 다영이가 하던 대로 해야 하는데, 오늘은 너무 조심조심하다 보니 플레이가 단조로워졌어요. 그러니 상대 블로킹, 수비가 잘 될 수밖에 없고요."
이 감독은 이날 패인의 하나로 불안한 서브 리시브를 들더니 또 이다영을 언급했다.
그는 "서브 리시브가 흔들릴 때 누구한테 공을 줄지 순간적으로 잘 판단해야 한다"며 "아까 2세트에서 우리가 다 따라갔고 뒤집을 수 있는 상황에서 이다영이 황연주한테 공을 줬어야 하는데 엘리자베스한테 줬다"고 아쉬워했다.
물론 세터 출신 감독으로서 이다영한테 애정을 담아 하는 소리다.
이다영은 1라운드 세트 부문 1위를 차지하며, 현대건설(4승 1패)의 선두 질주를 이끌었다.
그는 1라운드 최우수선수(MVP)의 영광도 차지해 2라운드 첫 경기인 이날 상을 받기도 했다.
이 감독은 "아직 이다영은 배워가는 단계"라며 "이런 경기를 통해 이다영이 경험치를 쌓아 앞으로 운용을 더 잘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이도희 감독과 이다영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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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도희 │이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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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1968년 1월 27일 │1996년 10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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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70㎝ │1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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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션 │세터(출신) │세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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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학교│일신여중 - 일신여상 │경해여중 - 선명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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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호남정유 선수(1985∼1995년) │현대건설 선수(2014년∼) │
││여자배구 국가대표(1991∼1996년) │ │
││흥국생명 코치(2008∼2009년) │ │
││GS칼텍스 코치(2010∼2011년) │ │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코치(2013년)│ │
││SBS 배구 해설위원(2013∼2017년) │ │
││현대건설 감독(2017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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