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장마·강한 대마난류·비껴간 태풍 등 겹쳐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해마다 우리 연안을 붉게 물들이며 수많은 양식 어패류를 떼죽음시켜 어민들의 속을 태웠던 유해성 적조가 올해는 모습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1981년 남해안에서 최초로 유해성 적조에 의한 수산 피해가 발생한 이후 3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중부지역은 물론 남부 일부 내륙지역의 최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등 겨울로 접어들면서 바닷물 온도가 20도 아래로 낮아져 유해성 적조생물이 출현할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9일 밝혔다.
적조생물은 수온이 23도 이상으로 높아지고 영양염류가 풍부해지면 나타나고 조건이 맞으면 왕성하게 번식한다.
올해는 처음으로 적조가 전혀 발생하지 않아 주의보조차 발령하지 않은 첫 번째 해로 기록됐다.
유해성 적조의 주된 원인 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은 우리 연안에 일부 포자 상태로 잠복해 있다가 활동을 시작하거나 해류를 타고 외해에서 유입한다.
올해는 적조가 발생하는 시기인 7월 초에 늦은 장마가 시작돼 연안 수온이 낮아져 경쟁 관계에 있는 규조류가 왕성한 세력을 유지하는 바람에 연안의 포자가 맥을 못 췄다.
수산과학원의 조사에서 연안 바닷물 속에 현미경으로도 보이지 않는 극미량의 코클로디니움이 있었지만 규조류에 밀려 활동을 시작하지 못했다.
외해에서 유입하는 원인 생물은 대마난류를 따라 연안으로 들어와 대규모로 적조를 일으킨다.
올해는 대마난류의 세력이 유례없이 강해 우리 연안으로 오지 않고 제주도 아래 대한해협으로 빠져나갔다.
태풍이 전혀 한반도에 접근하지 않은 것도 한몫했다.
태풍은 바닷물을 뒤집어 수온을 낮추고 영양염류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올해 태풍이 하나라도 내습했다면 아열대 수준으로 뜨거워진 바닷물을 식히고 영양염류를 공급해 유해성 적조가 대규모로 발생할 수 있었지만 다행히 모든 태풍이 일본 쪽으로 치우쳐 지나갔다.
올해 유해성 적조가 발생했더라면 엄청난 피해를 피하기 어려웠다.
고수온으로 양식 물고기들의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작은 충격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양식하는 물고기는 대부분 온대성 어종으로 높은 수온에 매우 취약하다.
우리 연안의 유해성 적조는 남해안에서 7월 말~8월 중순에 발생해 9월 말이나 10월에 소멸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1980년대까지는 물의 흐름이 좋지 않은 일부 폐쇄성 내만에서 소규모 국지적으로 발생했으나 1990년대 이후 남해는 물론 서해와 동해 등 전체 연안으로 광역화하는 추세를 보인다.
1989년부터 양식장에서 대량 폐사 피해가 나타났고 1995년에는 밀도가 높은 유해성 적조가 전 연안에서 발생해 사상 최대인 764억원의 피해가 났다.
이를 계기로 수산과학원이 이듬해부터 적조경보 제도를 도입하는 등 본격적인 피해예방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995년 이후 유해성 적조 발생 현황을 보면 최초 발생해역은 전남 고흥(10회), 여수(8회), 경남 통영(3회), 고성(2회), 거제(1회) 순이다.
처음 발생 시기는 8월(13회), 7월(6회), 9월(2회), 10월(1회) 순으로 나타났다.
소멸할 때까지 지속한 기간은 최장 79일(2014년), 최단 3일(2010년)이었다.
나머지 해에는 대체로 28~62일간 지속했다.
피해 규모는 1995년 764억원, 2013년 247억원, 2003년 215억원, 2001년 84억원, 2014년 74억원, 2015년 53억원 등으로 홀수해에 대체로 피해가 집중되는 양상을 보인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는 적조가 소규모로 발생해 3~62일 지속했으나 수산 피해는 없었다.
수산과학원 서영상 기후변화연구과장은 "올해는 고수온에 이어 적조까지 겹칠까 노심조차 했지만 다행히 발생조차 하지 않고 지나갔다"며 "하지만 해양 환경은 변화무쌍해서 내년 이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어 좀 더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원인 생물을 추적 분석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도록 애쓰겠다"고 말했다.
lyh950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