봅슬레이 '세계 최강' 독일 대표팀…지난 시즌 세계랭킹 1위
이용 총감독 "프리드리히 넘어설 방법 연구"
'독일 경찰' 프리드리히도 "원윤종은 강력한 경쟁자"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한국 남자 봅슬레이 2인승의 원윤종(32)-서영우(26)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썰매 불모지'로 불리던 한국 출신으로 위대한 도전에 나선다.
올해 3월 평창에서 열린 2016-2017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8차 대회는 '올림픽 전초전'으로 불렸다.
이 대회가 열린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가 내년 평창올림픽의 무대라는 점에서 원윤종-서영우가 어떤 성적을 거둘지 크게 주목받았다.
원윤종-서영우는 5위에 그쳤다.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와 외국인 엔지니어의 대표팀 이탈 등 악재가 겹친 결과다.
금메달의 영광은 독일의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27)-토르스텐 마르기스(28)한테 돌아갔다.
프리드리히 조의 우승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썰매를 조종하는 역할인 '파일럿' 프리드리히가 이끄는 독일 남자 봅슬레이 2인승 팀은 한국이 평창올림픽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려면 반드시 넘어야 하는 '벽'이다.
썰매는 홈 이점이 큰 종목이다.
기량이 압도적으로 앞서지 않으면 수없는 반복 훈련으로 홈 트랙을 완벽하게 숙지한 개최국 선수를 당해내기 쉽지 않다.
이런데도 세계 봅슬레이계는 평창올림픽 남자 봅슬레이 2인승 부문의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한국 대신 프리드리히가 이끄는 독일 팀을 꼽는다.
지난 시즌 성적만 봐도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프리드리히는 지난 시즌 대부분 마르기스와 짝을 이뤄 총 8번의 월드컵 가운데 7번에 출전해 금메달 5개, 은메달 2개를 수확했다.
원윤종-서영우는 8번의 월드컵에서 동메달 1개를 수확하는 데 그쳤다.
프리드리히 조는 지난 시즌 월드컵에서 총점 1천545점을 얻어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원윤종 조는 1천312점을 수확해 3위에 랭크됐다.
독일과 한국 대표팀의 성적표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더 극명하게 대비됐다.
프리드리히-마르기스는 올해 2월 독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4차 시기 모두에서 1위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원윤종-서영우는 1∼3차 시기 합계 21위에 그쳐 20위 이내의 팀한테만 주어지는 4차 출전권을 얻지 못하고 중도 탈락했다.
대표팀은 2017-2018시즌을 앞두고 코치, 엔지니어를 보강해 전력을 강화했다.
원윤종-서영우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 비시즌 기간 독한 훈련을 소화하며 '평창올림픽 금메달' 자신감을 되찾았다.
프리드리히는 여전히 최대 적수다.
대표팀의 이용 총감독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지난달 말 출국하면서 "프리드리히 조를 넘어설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드리히 역시 평창올림픽 개최국인 한국 대표팀이 신경 쓰인다.
그는 월드컵 8차 대회를 치르러 올해 3월 평창을 찾았을 때 가진 인터뷰에서 "원윤종은 강력한 경쟁자다. 그가 올림픽에서 잘해서 메달을 딸 수 있을 거라 본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독일은 썰매 세계 최강국이다.
한국에서 양궁이 그렇듯, 독일에서는 썰매 대표팀에 뽑히는 것이 올림픽 메달을 따기보다 더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1990년생이라는 젊은 나이에 독일 대표팀의 이런 특수한 상황까지 더해져 프리드리히는 비교적 최근 들어서야 빛을 발했다.
2006년에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해 2011년 세계선수권 혼성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이름을 알렸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2인승, 4인승 부문에 출전해 각각 8위, 10위를 차지했다.
당시 원윤종이 이끈 대표팀은 2인승, 4인승에서 각각 18위, 20위에 올랐다.
프리드리히는 운동선수인 동시에 '경찰'이라는 직업도 갖고 있다.
SBS 스포츠 해설위원인 이세중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이사는 "한국으로 치면 '상무'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개념"이라며 "정상적으로 선수 생활을 하다가 은퇴하면 경찰 조직에 기여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원윤종이 내년 2월 평창에서 '썰매 타는 독일 경찰' 프리드리히를 앞지를 수 있을지 세계 썰매계가 주목한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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