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존도 줄이며 아세안과의 교역규모 2021년까지 中수준 확대
북핵·한반도 문제해결 '레버리지' 활용…아세안 10개국 北과 수교
'물량공세' 中·日과 차별화된 사람·평화·상생번영 '3P' 전략 표방
(자카르타=연합뉴스) 노효동 이상헌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국빈방문 이틀째인 9일(현지시간) 대(對) 아세안 협력 구상의 뼈대를 이루는 '신(新) 남방정책'을 대내외적으로 공식 천명했다.
이날 오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시내에서 양국 정부와 기업인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포럼' 기조연설에서다.
신 남방정책은 신 북방정책과 짝을 이루며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완성하는 개념으로,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주창해온 대외경제구상의 핵심이다.
'한반도'를 단순히 이데올로기적 시각에서 보는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제지도를 그리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반도에 갇힌 한국경제에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이런 차원에서 신 남방정책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시장 다변화'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G2(주요 2개국) 중심에서 새로운 '블루오션' 시장으로 수출의 활로를 개척하는 쪽으로 한국의 무역구조를 전환하지 않고서는 한국경제의 영토를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미 중국의 경우 최근 사드 보복 리스크와 경쟁 심화에 따라 시장으로서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고 미국도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과 반(反) FTA 정서로 수출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맥락에서 세계 경제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신흥시장인 아세안 지역은 바로 신 남방정책의 본(本) 무대라고 할 수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신 북방정책의 전진기지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하는 '극동'이라면 신 남방정책은 동남아 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셈이다.
특히 아세안은 한국에 있어 제2위 교역대상국이자 제2위 투자지역일 뿐만 아니라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1위 국가(매년 600만명)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과거처럼 값싼 노동력과 비용이라는 장점을 가진 '생산기지'로서가 아니라 거대한 '소비시장'으로 성장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김현철 경제보좌관은 "현 정부 대외기조의 종축은 '평화축'이며 횡축은 '번영축'"이라며 "아세안은 바로 새로운 번영축에 속한다"고 평가했다.
김 보좌관은 특히 아세안과의 교역규모를 2021년까지 2천억 달러 규모로 확대하겠다"며 "이는 지금의 중국 수준으로 교역규모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우리의 교역대상 1위국가인 중국(2천100억 달러)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줄이면서 아세안으로의 시장 다변화를 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다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아세안은 앞으로 우리에게 제2의 중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눈여겨 볼 대목은 문 대통령이 일본·중국과는 차별화된 '3P'라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점이다. 막대한 공적원조(ODA)을 제공하는 일본이나 '일대일로'라는 거대 프로젝트를 추구하고 있는 중국의 '물량공세' 전략과는 달리 사람(People)·평화(Peace)·상생번영(Prosperity)을 키워드로 한 전략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미다.
우선 '사람' 전략은 다층적으로 인적교류를 확대하고 한류와 아세안 음식 등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소프트파워'로 교류하는 게 핵심이다. '평화' 전략은 한국이 중견국이자 가교국으로서 아세안이 강대국의 각축장에서 살아남고 평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동참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생번영' 전략은 노동력과 자원, 기술을 공유해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대목은 문 대통령의 대 아세안 시장진출 구상이 대기업 주도가 아니라 중소기업이 중심이 된다는 점이다. 동남아 10개국이 참여한 경제공동체인 아세안은 국가별로 '세분화'된 시장의 성격을 띠고 있어 우리나라의 중견·중소기업들이 진출하기에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적극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시장을 전세계로 넓히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라고 말했다.
오는 13∼14일 필리핀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정상회의와 아세안+3 정상회의, EAS(동아시아정상회의)는 이 같은 신 남방정책을 선보이는 효과적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 남방정책은 단순히 경제적 시장확대의 의미를 넘어 정치·외교적으로도 함의가 크다.
아세안은 '중심성'이 강한 지역공동체로서 역내 현안은 물론 동북아 이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한·중·일 3국은 적극적 협력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특히 3국은 아세안+3 정상회의 형태로 적극적 협력을 꾀하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 공동체 실현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로서는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컨센서스를 이끌어내기 위해 아세안을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세안에 가입한 동남아 10개국 모두 북한과 수교하고 있으면서도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오는 13일 한·아세안 정상회의 직전 아세안 기업투자서밋에서 표방할 한·아세안 미래공동체 구상은 이 같은 신 남방정책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r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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