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조제 하무스 오르타 전 동티모르 대통령은 9일 "과거의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서로 용서하고 화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해 참배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희생자들을 기리는 것에 감동 받았다"며 "제주와 비슷한 경험이 있는 지역들에 대한 인류의 의무는 희생자를 기억하고, 이름을 찾아주고, 정의실현에 대한 용기를 기억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동티모르)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24년간의 인도네시아 점령통치 기간 20만명이 넘게 사망했고 제 가족들도 희생자에 포함됐다. 4·3을 해결해가는 과정이 존경스럽고, 이제 아시아 최강국으로 성장한 한국을 방문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에 얽매여 살 수는 없다. 교육을 통해 과거의 실수에서부터 배우고 희생자를 위로해야 하며, 서로 용서하고 화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정치 개입 없이 학문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지속돼야 희생자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티모르에서는 진상규명위원회에서 관련 기록을 4개국 언어로 작성해 누구나 이 사안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며 진상규명 자료를 전쟁 없는 세상이나 비폭력 등에 대해 교육할 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동티모르에서는 방대한 분량의 관련자 증언을 작성하고 희생자를 기리는 묘지를 조성했으며, 유품·유골 발굴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고 국가 기금으로 유가족 지원도 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하며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하무스 오르타 전 대통령은 동티모르 분쟁의 평화적 해결에 기여한 공로로 1996년 노벨평화상을 받았으며, 2007∼2012년 동티모르 대통령을 역임했다.
그는 이날 오후 제주칼호텔에서 개회하는 제7회 제주4·3평화포럼에서 '과거의 극복: 치유와 화해'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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