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업계 암호화 기준이 수사 방해"…애플 반박 성명 발표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미국 텍사스주 교회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사건을 계기로 애플 아이폰의 보안기능이 다시 한 번 논란에 휩싸였다.
과거 애플은 범죄수사를 위한 아이폰의 잠금 해제를 놓고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이번 사건에선 직접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IT 전문매체 더 버지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성명을 통해 FBI 수사관들이 텍사스 교회 총격범 데빈 켈리의 아이폰 데이터에 접근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기자회견 후 FBI에 직접 연락해 도움을 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또 FBI 측이 법적 절차를 요청해올 경우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문가들은 지난 5일 텍사스주 서덜랜드의 한 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해 26명을 살해한 켈리가 범행 실행을 위한 주요 정보들을 아이폰 안에 저장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의 아이폰 기종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수사를 맡은 FBI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회사명을 직접 밝히지 않은 채 "IT 업계의 암호화 기준이 사법기관이 휴대전화 정보에 접근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말하며 애플은 간접적으로 비판했고, 이에 애플이 반박에 나선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애플이 이렇듯 도움을 제공하겠다고 나섰지만, FBI 전문가들이 데이터를 우회해서 접근하는 방법을 발견하면서 FBI가 애플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아이폰은 패스워드를 10번 이상 잘못 입력하면 모든 정보가 지워지고, 지문 인식도 48시간 이내 사용하지 않으면 패스워드 입력 모드로 돌아가는 등 보안기능이 철저한 것으로 유명하다.
애플과 FBI는 지난해 샌버너디노 테러범 아이폰 잠금 해제를 놓고 법적 공방을 벌인 이력이 있다.
FBI는 지난 2015년 12월 캘리포니아주 샌버너디노에서 14명을 숨지게 한 사예드 파룩 부부의 총기 테러를 조사하기 위해 애플에 파룩 아이폰 5c의 잠금 해제 협조를 강제해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냈다.
이에 법원이 애플이 수사당국에 협조해야 한다는 명령을 내렸지만, 애플은 특정 아이폰의 보안을 우회하는 '백도어'(뒷문)를 만드는 것은 개인 정보 보호 등에 있어 부작용이 크다며 법원 명령에 이의를 제기했다.
양측의 공방은 미국 법무부가 애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아이폰의 데이터에 접근하는 데 성공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애플이 항상 수사당국의 요청에 비협조적으로 대응한 것은 아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법무부 자료를 분석해 작고한 스티브 잡스가 최고경영자(CEO)로 재임했던 기간에 애플은 수사당국의 요청에 따라 70개 이상의 아이폰 잠금 해제를 도왔다는 보도를 지난해 내놨다.
하지만 지난 2013년 국가안보국(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국가기관의 도·감청 실태를 폭로한 이후 애플은 보안강화에 나섰고, 수사당국과도 마찰을 빚게 됐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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