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기업과 형평성 고려…개성공단 기업 피해는 추가 지원
천해성 통일차관 "국가 책임성 제고 차원에서 지원 대책 마련"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정부가 10일 개성공단 및 남북경협기업 지원대책을 내놓은 것은 개성공단 중단 등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에 따른 기업 피해에 국가의 책임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통일부는 이날 개성공단 기업들에 660억원을 추가 지원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시절 개성공단 중단 이후 지급한 5천173억원에 이번 추가지원까지 더하면 실태조사로 확인된 피해액 7천800여억원 중 74.2%가 복구된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또 2008년 금강산관광 중단 조치,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에 따라 남북교역을 전면 금지한 5·24조치로 피해를 본 남북경협기업들은 앞으로 실태조사를 거쳐 처음으로 지원을 받게 됐다.
정부는 경협기업에 대한 지원 규모를 수백억원 정도로 추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정부는 지난 시기 갑작스러운 정책변화로 뜻하지 않은 어려움을 겪은 개성공단과 남북경협 기업들에 대해 국가의 책임성 제고 차원에서 지원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과 5·24조치 등이 북한의 심각한 도발에 대한 제재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 기업의 피해가 발생한 만큼 정부가 일정 부분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개성공단의 경우 기업들이 공단 내 원·부자재 등을 가지고 나올 시간적 여유 없이 가동 중단이 단행돼 피해를 키운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기업 추가 지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검토됐지만 본격적으로 추진된 건 문재인 정부 들어서다. 개성공단 기업을 포함한 남북경협기업 지원 문제가 국정과제에 포함됐고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국가의 책임성 측면에서 지원을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해왔다.
다만 지난 정부에서 수차례에 걸쳐 지원이 이뤄졌는데 또 지원을 하는 데 대한 부담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부 내에서는 추가 지원 규모를 놓고 부처 간 상당한 줄다리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이날 지원대책을 발표하면서 "추가 지원이라는 것 자체도 굉장히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협기업에 대한 지원은 처음 이뤄지는 것이다. 개성공단 기업과는 달리 경협기업은 그동안 3차례에 걸친 특별 대출만 진행됐을 뿐 직접 피해 지원은 없었다.
통일부 관계자는 "개성공단 기업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지원 기준도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끝으로 더 이상의 추가 지원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신한용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여 지원 문제가 이번 추가 지원으로 매듭지어질지는 불투명하다.
개성공단 기업들은 13일 총회를 열어 지원안 수용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들은 정부가 실태조사로 확인한 피해액을 전부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금강산·남북경협기업들은 세부적인 지원 기준에 만족하지는 않지만 일단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유동호 남북경협기업 생존권보장을 위한 비상대책본부장은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일단은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여오다 지난 7월 통일부의 조속한 피해지원 방침에 농성을 접기도 했다.
기업들의 투자·유동자산에 지원이 이뤄진 부분에 대해서는 일단 정부가 권리를 갖지만 향후 남북관계 개선으로 개성공단과 경협이 재개되면 기업들이 지원금을 반납하고 권리를 되찾을 수 있다.
한편 이번 지원은 개성공단이나 남북경협 재개 문제와는 별도로 이뤄지는 것이다.
천 차관은 "금번 조치는 개성공단을 비롯한 경협 재개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선을 그었다.
정부는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압박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북핵 문제에 있어 국면 전환이라도 이뤄져야 재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개성공단은 현재 북한의 무단가동 의혹에 휩싸여있다. 지난달 개성공단 재가동을 시사하는 듯한 북한 매체의 잇따른 보도로 기업인들이 사실 확인을 위한 방북 신청을 하고 정부가 협조를 촉구했지만, 북한은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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