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브렉시트 영국에 "우리냐 미국이냐 골라라" 압박

입력 2017-11-10 10:34  

EU, 브렉시트 영국에 "우리냐 미국이냐 골라라" 압박

美상무 '전방위 탈규제' 제안에 대한 공식입장 촉구

"규제 완화한 '미국식' 사회·경제 모델과 현행 '유럽식' 중 선택해야"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유럽연합(EU)이 영국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각종 규제가 현행보다 완화된 '미국식' 사회·경제 모델을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유럽식' 모델을 유지할 것인지 선택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브렉시트 협상 EU 측 수석대표인 미셸 바르니에 전 EU 집행위원은 이날 이탈리아 로마에서 향후 영국이 규제를 완화한 미국식 사회·경제 모델을 표방할 것인지 아니면 현재의 유럽식 모델을 지킬 것인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먼저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바르니에 수석대표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시작된 브렉시트 6차 협상을 위해 출발하기에 앞서 최근 영국을 다녀간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의 발언에 우려를 표시하고 영국 정부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바르니에 수석대표는 "로스 상무장관이 영미가 서로에게 다가서기 위해 환경, 보건, 식품, 금융, 재정, 사회적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유럽에서 갈라져 나올 것을 촉구하는 걸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은 EU 탈퇴를 선택했는데 유럽식 모델에서도 멀어지는 것을 원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식 규제체제의 이면에는 사회적 경제, 건강보장, 식품안전, 공정하고 효율적인 금융규제 등 우리가 추구하는 사회에 관한 근본적인 선택들이 있다"며 "영국이 여전히 이런 유럽식 모델을 고수하고 있는지는 영국인들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영국)의 답변은 앞으로 우리의 장래 협력관계와 이를 허용하기 위한 조건들에 관한 논의의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로스 상무장관은 리엄 폭스 영국 국제통상장관과 양국의 무역협정 체결 관련 논의를 위해 런던을 방문해 미국의 염소소독 닭고기에 대한 영국의 수입금지 조치처럼 '과학적 근거가 없는' 규제를 철폐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로스는 이 과정에서 EU가 보호무역주의를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바르니에 수석대표는 영국 정부가 EU 회원국 시절 약속한 재정기여금인 이른바 '이혼합의금'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밝힐 때가 됐다고 압박했다.

EU는 이혼합의금으로 최소 600억 유로(약 78조원)를 주장하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영국은 여전히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mong071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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