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주도…인도네시아에 대규모 유화단지 건설 검토
베트남에 '제3의 롯데' 조성…해외매출 중 동남아 비중 50% 돌파
'정치 리스크' 커진 중국 대체시장으로 공략
(서울=연합뉴스) 정열 강종훈 기자 = 롯데가 문재인 정부의 '신(新)남방정책'으로 관심이 커진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가속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를 국빈방문해 아세안과의 협력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킨다는 신남방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은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미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미얀마 시장에 진출한 롯데는 최근 해외 전체 매출 중 동남아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을 계기로 동남아 시장을 신성장동력으로 적극적으로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12일 롯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동남아 시장 매출은 5조9천870억원을 기록하면서 해외 시장 전체 매출 11조6천억원의 51.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의 동남아 매출 비중이 전체 해외 매출의 50%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동남아에 이어 중국이 단일 국가로는 가장 큰 25%의 매출 비중을 차지했고, 미국 6%, 파키스탄 5%, 영국 3%, 러시아 3%, 기타 7% 등이었다.
2012년 대비 롯데의 동남아 4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베트남·미얀마) 매출은 약 21% 급신장했다.
롯데는 젊은층 인구 비중이 높아 성장 여력이 큰 동남아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해당 지역에 대한 투자를 점차 늘리고 있다.
롯데는 1990년대 식품부문을 시작으로 베트남에 진출해 꾸준한 투자를 진행했으며, 이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미얀마 등으로 범위를 넓혀 활발하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현지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특히 롯데가 2012년부터 발 빠르게 시장 선점에 나선 미얀마에서는 올해 안에 현지 식품회사를 추가로 M&A해 음료·외식사업 위주로 진출한 현지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롯데의 이러한 '동남아 공략'은 총수인 신동빈 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속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이 필요하다고 보고 해외진출을 활발히 추진해왔다.
특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중국 시장을 대체할 만한 신성장동력으로서의 동남아 시장의 가치가 한층 높아졌다는 것이 신 회장의 판단이다.
이에 신 회장은 재판 등으로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동남아 국가의 사업장을 수시로 방문하는 등 현장경영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베트남 사업장을 방문한 데 이어 이달 7일에는 2박3일 일정으로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현지 사업장을 둘러보고 협력사 및 이해관계자들을 만나 제휴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신 회장은 2013년부터 '한-인도네시아 동반자 협의회'의 경제계 의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롯데는 기존에 진출한 화학, 유통, 식품 외에 렌털이나 가전 양판, 로지스틱스 등 신규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동남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적극적인 시장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롯데 관계자는 "동남아 지역을 중국을 잇는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현지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연내 미얀마 식품회사 M&A가 성사되면 음료·외식사업에 이어 현지 식품시장에서의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아울러 백화점, 마트, 면세점, 케미칼, 지알에스 등 10여개 계열사가 진출한 인도네시아에서 조만간 현지 국영 철강회사로부터 매입한 부지에 에틸렌을 생산하는 대규모 유화단지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유화 분야에서 거대 동남아 시장을 선점하고 이 지역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990년대부터 롯데제과,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지알에스, 롯데시네마, 롯데자산개발, 롯데호텔 등 16개 계열사가 순차적으로 진출한 베트남에서는 일본, 한국에 이은 '제3의 롯데'를 현지에 세운다는 목표하에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고 롯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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