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문화재단, 1800년대 초반 무신도 국회서 공개

입력 2017-11-11 12:01  

종이문화재단, 1800년대 초반 무신도 국회서 공개

구미래 교수 "만신도 유형의 시원…고깔은 한국인 아이콘"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1800년대 초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비단에 그린 무신도(巫神圖)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무신도는 무속에서 섬기는 신을 그린 그림이다.

종이문화재단은 이날 대한민국 종이접기문화 재창조운동 30주년 및 종이문화재단 창립 12주년, 11월 11일 종이문화의 날 기념 '제1회 대한민국 종이접기 역사포럼'에 앞서 열린 종이문화 유물전에서 가로 187㎝, 세로 128㎝ 크기의 '무신도'를 선보였다.

이 유물은 재단이 운영하는 '종이나라박물관' 고문인 이무웅 명인박물관장이 2개월 전 서울옥션 경매에 내놓기 전 소장자로부터 어렵게 구한 것으로, 지금은 종이나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불교 민속학자인 구미래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는 이날 관람객에게 "이 무신도는 도상의 구도나 표현양식과 기법 등이 불화 형식으로 그려져 금어(金魚·승려 화가)의 작품일 가능성이 크다"며 "기량이 뛰어난 전문가가 1800년대 초반에 그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무신도는 대개 무당의 요청으로 그리는데, 조선 후기 이전 작품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당집이 대대적으로 철거된 데다 큰굿을 할 때 말아서 옮기다가 대부분 훼손돼 남아 있더라도 보존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낡아서 새로 그릴 때 신령 간에 충돌을 막기 위해 기존 그림을 태우거나 묻어 없애는 풍습도 오래된 무신도를 찾아보기 힘들게 만들었다.

구 교수는 "32위의 신격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앞쪽에 호랑이·용·말이 포진돼 있는데 이처럼 한 폭에 수많은 신을 담은 무신도를 '만신도'(萬神圖)라 부르기도 하며 이와 비슷한 도상들이 '종합 탱화'라는 이름으로 상품화돼 있다"면서 "그러나 지금까지 연대가 오래된 무신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작품이어서 이러한 만신도 유형의 시원이라 봐도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무신도는 불교·무속·도교는 물론 하늘·땅·물의 삼계와 삼신각의 신격 등을 망라함으로써 삶의 모든 영역에서 안녕을 빌고자 한 인간의 소망이 투영됐다"면서 "한국인의 종교적 삶을 이해하는 데 소중한 가치를 지닌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구 교수는 가운데 삼불제석과 왼쪽의 제석신이 모두 고깔을 쓰고 흰옷을 입은 것이 주목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민족을 '고깔 쓴 민족', '백의민족'이라 불렀듯이 흰색의 옷과 고깔은 한국인을 상징하는 원형적 아이콘이라는 것이다.

그는 "단군을 계승하는 삼신(天·地·人)이 삼각 모양의 고깔을 쓰고 있는 모습은 한민족의 민속과 종교적 정체성을 집약한 이미지라고 볼 수 있다"며 "특히 삼신 모자라고도 불리는 고깔은 종이접기의 원류로, 정화수·쌀·조상단지 등에 얹어 신앙의 대상으로 거듭나게 하는 매개체로 전승됐다"고 소개했다.

현전하는 무신도 중 오래된 것으로는 인왕산 국사당의 무신도와 한말 전환국의 부군당(府君堂) 무신도를 꼽을 수 있다.

ghw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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