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한인사회 초청 강연서 주장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지난 1994년 북한 핵 위기 당시 재임했던 제임스 레이니(90) 전 주한 미국 대사는 한반도의 안보 현실이 매우 위태롭다면서 정세불안을 해소할 유일한 길은 모라토리엄(휴지기)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10일(현지시간) 애틀랜타 현지 한인 매체 뉴스앤포스트에 따르면 레이니 전 대사는 최근 조지아 주 한인사회 초청 강연에서 "미국이 더 이상 북한의 행동을 참지 않겠다는 것은 분명하다. 긴장이 고조될수록 실수할 가능성은 커진다"고 지적한 뒤 "이 상황을 멈출 수 있는 길은 북한이 모든 미사일과 핵 관련 활동을 중단하고, 남한 역시 군사훈련 관련 활동의 중단을 선포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레이니 전 대사는 "그렇게 한다면 최소한 휴식 상태를 갖게 될 것"이라며 "나는 북한의 특사와 은퇴한 군 장교·외교관들이 가끔씩 오슬로, 제네바, 모스크바, 뉴욕 등지에서 돌파구를 찾아갈 회의를 갖게 되리라는 걸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레이니 전 대사는 서울 불바다설이 나돌던 1990년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특사 방북 과정에 관여했던 인물이다.
레이니 전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팬은 아니지만 그가 한국을 방문한 것이 자랑스럽다"면서 "그가 북한에 대해 확고하고 엄중한 경고를 보낸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호전적인 행동을 제거하고 분노나 복수심을 선동하려 들지 않는다면 그의 자제에 진정으로 감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간단하게 북한을 제압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선제공격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진다면 결국 수백만의 사상자만 내는 비극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레이니 전 대사는 "미국이 서울을 방어(defense)할 수는 있어도 보호(protect)할 수는 없다"면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비롯한 무기체제가 100% 효과적이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을 믿을 수 없다고 하는 데 나도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과거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동결했던 것을 뒤집은 건 부시 전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에 포함시킨 직후였다"고 말했다.
oakchu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