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수해 전세대란' 법칙 사라졌다…'입주물량+대출규제'영향(종합)

입력 2017-11-13 16:30   수정 2017-11-13 16:31

'홀수해 전세대란' 법칙 사라졌다…'입주물량+대출규제'영향(종합)

전국 전세수급지수 2009년 이후 가장 낮아…강남도 5년래 최저

"대출 조이면 전세수요 급증" 시장 예측과 반대로…내년에도 추세 이어질 듯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전세 난민', '전세대란' 등 홀수해마다 부동산 시장에서 심심치 않게 언급된 전세 공급부족 논란이 올해는 종적을 감췄다.

전세수요와 공급 균형을 나타내는 전세수급지수는 전국 기준으로 약 9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전세 공급 대비 수요가 9년 만에 가장 적다는 의미다.

올해 서울과 경기 지역 입주물량 폭탄에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정책이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13일 KB국민은행의 주간 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이달 6일 기준 125.7로 집계돼, 2009년 2월 9일(122.4) 이후 약 8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수요 대비 공급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0∼200 범위로 움직이며 수치가 높을수록 공급부족을, 낮을수록 수요 부족을 뜻한다.

지역별로는 서울 전세수급지수가 137.2로 떨어졌다. 2012년 6월 4일 134.8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이른바 홀수해 법칙에 따라 2013년 9월과 2015년 3월 각각 196.9와 195.7을 기록하며 최고 수치인 200에 육박했다. 전세난이 극심했다는 의미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짝수해마다 전세금과 거래량이 느는 경향이 있었다.

1988년 주택 임대차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나면서 짝수해마다 전세금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주택 매매 및 전세금이 급락했다가 2009년부터 다시 전세금이 오르면서 짝수해 법칙은 홀수해 법칙으로 바뀌었다.

최근 수년 간 홀수 해면 전세난이 심해지며 전세수급지수가 상승했지만 올해는 160선도 깨지 못했다.

전세 수요가 많은 서울 강남 지역만 떼놓고 보더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강남 전세수급지수는 6일 기준 141.2로 역시 2012년 7월 2일(141.0) 이후로 5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최근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연달아 내놓을 때마다 매매 수요가 전세 수요로 돌아서면서 전세대란이 발생하리라는 관측이 팽배했지만, 현실은 반대인 셈이다.

가장 큰 원인은 넘치는 입주물량이다.

올해 경기도 입주물량이 12만7천여 가구에 이르고 특히 하반기에만 9만여 가구가 쏟아진 것이 전세시장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입주물량이 많아졌는데 여신 규제는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분양받은 사람 입장에서 잔금을 낼 때 대출이 안 되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 전세를 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 센터장은 또 "내년에도 입주물량이 많아지면서 이 같은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간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면서 이른바 '갭 투자자'가 늘었고, 세입자가 매매를 택한 경우도 생겨 전세수급지수가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는 "(그간 아파트 가격이 뛰면서) 전세 살던 사람들 가운데 집을 매매할 사람들은 이미 다 샀다"며 "전세를 끼고 산 사람도 많아서 (전세 물량이)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입자들은 이 같은 상황에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서울 성북구 한 아파트 전세 세입자인 오모(32)씨는 "전세금이 크게 뛰지 않을 것 같지만 막상 집을 사자니 대출이 어려워졌고 집값이 내려갈까 무섭다"고 덧붙였다.

heev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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