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쥔 권한 나누고 처벌권엔 힘 실어…향후 과제도 산적

입력 2017-11-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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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쥔 권한 나누고 처벌권엔 힘 실어…향후 과제도 산적

대기업 관련 전속고발권 폐지는 유보…여야 시각차 커 국회 통과 쉽지 않을 듯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민경락 기자 = "전속고발권은 공정위가 하는 행정 규율, 이해당사자들이 하는 민사 규율, 검찰 등 형사적 규율을 조화롭게 체계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5월 18일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 공약 사항이던 전속고발권 폐지를 두고 이렇게 답했다.

이후 지난 반 년간 그가 취임 이전부터 머릿속에 구상해왔던 '행정·민사·형사적 규율의 조화'는 하나둘씩 현실이 됐다.

공정위가 12일 발표한 '법 집행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 중간보고서'는 김 위원장이 6개월 전 밝혔던 '행정·민사·형사체계의 조화'의 중간 결과물이다.

'전속고발권은 폐지냐 존치냐는 물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칸막이 사고를 넘어선 소통과 협업을 강조해온 그의 지론이 적용된 첫 결과물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이 내놓은 개선안이 앞으로 국회 심의, 재계와의 갈등 등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 현실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이 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 '유통3법' 전속고발권 폐지 가닥…36년 만에 첫걸음



김 위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법 집행체계 개선 TF를 만들고 공정위가 손에 쥔 법 집행 권한을 재조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지금까지 공정위가 독점한 경쟁법 집행 권한을 다양한 주체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나눠주겠다는 것이다.

이날 TF의 중간발표에서는 이러한 권한 이양 방침과 함께 부족한 권한은 강화하겠다는 방향성도 읽을 수 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전속고발제의 존폐였다. 이 제도는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재판에 넘길 수 있도록 한 제도로, 36년 전인 1981년 공정거래법 시행과 함께 탄생했다.

뚜껑을 열어 보니 공정위 소관 6개 법 중 절반인 유통3법(가맹법·유통법·대리점법)에서 공정위의 독점을 깨자는 의견이 나왔다.

유통3법은 상대적으로 처벌 조항이 적고 복잡한 경제 분석이 필요 없어 굳이 공정위가 고발권을 독점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가맹 갑질을 제재하는 가맹사업법은 2012∼2016년 처리된 1천415건 중 고발 처분은 2012년, 2013년에 각각 한 건씩 총 2건에 불과할 정도로 고발 실적이 미미했다.

이번 결과는 적어도 이 분야에서만큼은 전속고발제의 실효성이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사인의 금지청구제 도입 의견 제시는 단 하나밖에 없었던 '갑질' 피해자의 구제 창구가 하나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공정위 소관 법률 사건에서 공정위가 조치하지 않거나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 피해자는 더는 손을 쓸 수 없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맹분야 조사권 등을 지방자치단체와 나누는 방안은 공정위 조사 인력만으로는 수많은 가맹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가 크게 작용했다.

10배 징벌적 손해배상제 검토, 과징금 부과수준 두 배 상향 등은 독점권을 내려놓되 부족한 권한에는 힘을 실어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로 보인다.

TF 논의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 고발 결정 때 실무자를 포함한 자연인을 고발 대상에 포함하도록 고발지침을 개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 역시 법 집행 권한 재조정과 맥락이 닿아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행정적 수단에 집중했던 공정거래법 집행체계는 행정·민사·형사의 세 가지 수단이 하나의 체계로서 정합성 갖는 방식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이는 한국 경제 개혁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 담합 전속고발제는 어떻게 되나…검찰과 논의는 과제



TF 결과물이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기업집단과 주로 관련된 공정거래법·하도급법 전속고발권 폐지 논의는 유보하거나 일치된 의견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통3법만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 중소기업만 옥죄고, 대기업에 대한 소극적인 고발과 관련된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징벌 손해배상과 과징금 수준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과징금을 산정하는 경제 분석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행정소송에서 패소하면 부과할 수 있는 액수가 아무리 크더라도 의미가 없다. 여기에 환급가산금까지 물어야 한다.

검찰과의 견제와 갈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공정위는 올해 알려진 것만 두 건의 국제 담합 사건에 대해 공소시효(5년)를 넘겨 조사해 검찰에 고발하지 못했다.

공정위는 국제 담합 조사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공소시효를 연장하길 원하지만, 검찰과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담합 '리니언시'(자진신고 면제)도 조율이 필요하다.

자진해 신고한 기업에 처벌을 면제해 주는 제도인 리니언시는 담합 사건 해결에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만약 전속고발권이 폐지돼 누구나 담합 사건을 고발할 수 있게 되면 이 리니언시가 깨지기 때문에 역시 검찰과 논의가 필요하다.

김상조 위원장은 이달 중순 문무일 검찰총장을 만나 논의의 첫 삽을 뜨겠다는 계획은 이러한 배경이 작용했다.







◇ 정기국회 논의 통한 법개정 여부 변수…내년 1월 최종보고서



공정위는 이 TF 논의 중간 결과를 정리해 국회에 제출, 법안 심사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TF에서 이견이 없는 분야는 그대로 제출하고, 복수안이 나온 부분은 그 취지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공정위 입장을 정리해 제출한다.

애초 TF 논의과제는 집단소송·부권소송, 피해자 증거확보능력 강화 등 총 11가지다.

이날 중간보고서 형식으로 5가지 의제만 발표한 이유는 그만큼 시급성이 있으며, 이미 의원입법으로 발의돼 이번 정기국회에서 바로 논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 통과는 장담하기가 어렵다. 오랜 시간 논란이었던 쟁점이었기에 여야 간 시각 차이가 작지 않다.

아울러 법 집행체계 개선 TF가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의 눈초리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이번 정기국회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분야는 정부입법으로 추진될 수도 있다.

재계와의 갈등도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의 광폭 행보에 긴장하며 숨죽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변화가 실체적으로 다가오면 재계는 반발의 목소리를 더욱 높일 공산이 크다.

김상조 위원장은 "TF 중간보고서는 국회에서 법안 심의를 할 때 참고자료라는 의미가 가장 강하다"며 "공정위가 최선을 다해 설명해 정기국회에서 가능한 많은 입법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나머지 6개 논의과제와 공정거래법상 전속고발제 문제는 예정된 TF 일정에 따라 논의해 내년 1월 최종보고서를 통해 발표할 계획이다.

2vs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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