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중도 확장'에 무게…호남계는 '텃밭 민심이 우선'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국민의당이 정체성과 노선을 놓고 심각한 내부 갈등을 빚으면서 그야말로 바람 잘 날 없는 모습이다.
특히 바른정당과의 '중도통합론'을 계기로 촉발된 당내 파열음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갈등의 중심인 안철수 대표와 '비안'(非安·비안철수)계 간의 근본적인 시각차에 다시금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안 대표는 중도보수층을 겨냥한 지지기반 확장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 비안계는 당의 지역적 기반인 호남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노선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은 채 평행선을 달리는 형국이다.
안 대표는 지난 '8·27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잡는 과정에서 '극중(極中)주의' 노선을 천명하며 바른정당과의 '중도연대'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당 대표 선출 이후에도 "더 큰 국민의당을 만들어 중도통합의 중심이 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고, 이는 구체적으로 바른정당과의 '중도통합론' 드라이브로 이어졌다.
이처럼 안 대표가 중도 표심에 주목하는 것은 가깝게는 내년 '6·13 지방선거, 멀게는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호남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넘어 수도권과 영남 등으로 지지기반을 최대한 넓혀 당의 존재감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우리와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외연을 확장할 것"이라는 안 대표의 지론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반면 호남계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비안계는 지방선거를 앞둔 현시점에서 바른정당과의 연대 논의는 시기상조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물론 이들 중 일부도 원내 3당이자 '캐스팅보터'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바른정당과 정책연대 수준에서 협력하는 정도에는 뜻을 함께해 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초기 호남의 민심이 정부·여당에 쏠려있는 상황에서, 보수 성향인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면 텃밭의 여론은 더욱 냉랭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당 의원 40명 중 호남을 지역구로 둔 23명 거의 대다수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 여론에 반하는 안 대표의 중도통합 카드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근원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 대표는 현재 바른정당 잔류 '자강파' 의원들을 향후 정책·선거연대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이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가 안 대표가 자유한국당 내 일부 '개혁보수세력'까지 아우르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호남 중진들은 같은 뿌리를 공유하는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과 경쟁을 하면서도 필요에 따라 전략적 협력을 해야 한다는 상반된 시각을 보이고 있다.
양측 간의 내부 갈등을 진화하기 위해 안 대표가 지난 9일 의원총회에서 "당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통합은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등 호남계 달래기에 나섰지만, 본질적인 시각차로 인해 접점 모색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당 관계자는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와 중진들 사이에 여러 차례 갈등이 불거지기는 했지만, 파국에 이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오는 21일 열리는 '끝장토론'이 당의 진로에 대해 다시금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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