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경영평가…전문성 부족에 기준도 '오락가락'

입력 2017-11-12 06:11  

공공기관 경영평가…전문성 부족에 기준도 '오락가락'

금융전공자가 의료기관 평가하고 채용비리에도 높은 등급

단순히 성과급 지급 판단 잣대로 변질…정부 평가시스템 전반 손질 추진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민경락 기자 =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는 평가단 전문성 부족과 오락가락하는 평가 기준 등많은 문제를 담고 있다.

이러다 보니 공공기관 경영 전반을 점검하고 개선하는 애초 목표와 달리 단순히 성과급 지급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로 변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경영평가단 운영 방식이나 평가 기준 등을 손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전문성 부족한 평가단…공공기관-평가단 유착 우려도



공공기관 평가단은 전문성이 부족하고 특정 분야에 편중돼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2017년도 경영평가단 109명 중 73명(67%)이 학계 출신이다. 그 중에서도 행정학 전공자가 30%, 경영학 전공자가 29%를 차지하고 있다.

학계 출신이 많아 현업 이해가 부족하고 행정·경영학 전공자 위주여서 평가가 수익성 위주로만 이뤄진다는 견해가 있다.

평가단 전문성도 논란이다. 금융 전공 평가위원이 보건·의료 부문 공공기관을 평가하거나 행정학 교수가 사회간접자본(SOC)·토목 분야 기관 평가를 맡는 사례도 있다.

담당 기관 이해가 부족하면 기본 업무와 평가 지표 등을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이 들어서 심층 평가가 어려워진다.

또, 경영평가단이 1년 단위로 자주 교체되다 보니 전문성이나 책임감을 기대하기 어렵다.

경영평가단 권한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도 자주 나온다.

평가단이 공공기관 경영실적 등급을 매기고 최대 300%에 달하는 성과급을 결정하기 때문에 공공기관이 평가단 눈치를 심하게 보거나 양자 간에 유착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이 좋은 평가를 기대하며 평가단에 일거리를 몰아줬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통계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공기업·준정부기관 경영평가단 관리 강화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09∼2014년까지 5년간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에 참여한 전문가 중 117명이 공공기관에서 270건 연구용역을 수주했다.

이에 정부는 작년부터 평가위원을 선임할 때 5년 내 전체 경영평가 대상 기관의 연구용역, 프로젝트, 정책위원, 자문위원 등 대가로 받은 돈이 합계 1억원 이상이면 평가위원으로 선임될 수 없도록 규정을 바꿨다.

그러자 공공기관들이 최근에는 평가단 선임 가능성이 있는 교수가 속한 모임 등을 후원하는 등 우회 거래를 시도한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심지어 평가단원이 평가기관에서 자리를 맡는 등 공정성에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사례도 있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내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에 경영평가위원으로 활동한 ○○대학교 김 모 교수는 같은 해 2월 준정부기관인 한국○○○○공단의 비상임 이사로 임명됐다.







◇ 1년에 5번 바뀌는 '오락가락' 지표…채용비리 기관 높은 등급



너무 자주 바뀌는 평가 지표도 문제로 지적된다.

경영실적 평가는 직전 연도 말까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의결을 거쳐 확정되는 '경영평가 편람'을 기초로 이뤄진다.

공공기관들도 우수한 평가를 받기 위해 '경영평가 편람'을 기준으로 경영 활동을 한다.

경영평가 편람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경영평가 편람 수정이 너무 빈번하다 보니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해 경영평가 편람은 전년도 말 최종 확정된 뒤에 무려 4번이나 수정됐다.

지난해 2월에는 성과연봉제 지표를 신설해 조기 이행 가점 부여가 반영됐고 5월에는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된 4개 기관 지표가 추가됐다.

11월에는 법령 개정 등을 반영해 다시 수정됐고 12월에는 성과연봉제 미이행기관 임원 경영평가 성과급을 감액할 근거가 명시됐다.

지난해 2월 신설된 성과연봉제 지표는 1년여만인 지난 6월에 삭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경영실적 평가가 실질적 기관 운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경영평가 결과가 좋지 않은 기관에 컨설팅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경영평가 결과가 D등급 이하인 기관은 경영컨설팅을 반드시 받아야 하지만 대부분 경영평가가 끝난 뒤에 이뤄지는 터라 '요식 행위'에 그치는 경우가 상당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예산안 검토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경영실적 평가에서 E등급을 받은 한국무역보험공사는 3명의 경영평가위원이 2시간 동안 '컨설팅'을 하는 데 그쳤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경영컨설팅보고서 내용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경영평가 본래 목적은 공공기관 경영 효율을 높여 궁극적으로 대국민 서비스 질을 높이는 것인데 당사자인 공공기관은 이를 성과급 지급을 좌우하는 평가 정도로 여기기도 한다.

최근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일부 공공기관이 경영평가에서 비교적 좋은 성적을 받기도 했다.

2015∼2016년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된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작년 경영평가에서 B등급을 받았고 2015년 채용비리 의혹이 드러난 한국디자인진흥원은 그해 경영평가에서 B등급을 받았다.

물론 평가 당시에는 채용비리 의혹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사정이 있기는 하지만 국민이 수용하기는 어려운 결과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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