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이란 둔 사우디-이스라엘 접근설 끊이지 않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예멘 반군과 헤즈볼라에 우호적인 이란에 대한 공세를 날로 높이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 연계설이 솔솔 제기되면서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나섰다.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연계설은 '적의 적은 동지'라는 식의 3단 논법에 따라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중동의 역학 구도상 이란과 관계가 멀어질수록 이란의 적성국인 이스라엘과 가깝다는 해석이 충분히 가능한 탓이다.
중동 이슬람권이 이스라엘에 접근하는 것은 '금기'라고 할 수 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4차례에 걸친 아랍권과 이스라엘이 중동전쟁을 벌여 아랍권이 전패한 구원이 있는 데다 같은 아랍·이슬람계인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탄압이 뒤섞인 결과다.
이란은 중동전쟁에 참전하지 않았고 혈통적으로 아랍권은 아니지만 '미국의 대리자'로 여기는 이스라엘과 가장 험악한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이슬람권은 '예루살렘' 대신' 알쿠드스'라는 명칭을 쓰고, 지도에 이스라엘을 표기하지 않는다.
이스라엘과 적대관계가 높을수록 대중의 지지가 높고, 이슬람 국가로서 정체성이 선명해진다고 할 수 있다.
이란과 사우디가 비록 경쟁국이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입장은 같다.
최근 제기된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비밀 연계설'은 정황상 설득력이 있다.
사드 알하리리 레바논 총리가 자국의 친이란 무장조직 헤즈볼라를 문제 삼아 4일 사우디에서 사퇴하겠다고 전격으로 발표했다.
사우디는 이를 고리로 헤즈볼라와 그 '배후'인 이란에 본격적으로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레바논이 이란과 사우디가 대리전을 벌이는 전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중동에서 이란을 고립하고 압박하는 노선은 이스라엘과 이해관계가 맞는다.
또 사우디와 이스라엘 모두 친미 국가로, 미국이 이 둘의 비밀 연계에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추측도 나왔다.
사우디가 지역 패권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이란을 제압하기 위해 금기를 넘어 이스라엘과 '악마의 거래'를 했다는 해석이다.
'사우디-이스라엘 연계설'이 언론에 수면위로 부상하자 사우디 정부가 조기 진화에 나섰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9일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그런 뜬소문에 답하지 않겠다"면서 일축했다.
이어 "헤즈볼라는 레바논 정권을 납치하고 중동에 악영향을 퍼뜨린 집단"이라면서 "많은 나라가 헤즈볼라를 격퇴하기 원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란을 '제1 테러지원국'이라고 지목하면서 헤즈볼라와 이란에 공세를 펴는 사우디 정부의 '순수성'을 강조했다.
이란을 공적으로 둔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물밑 관계에 대한 의혹의 눈길은 사우디를 '이슬람권의 배신자'로 낙인 하려는 이란 언론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보도의 주제이기도 하다.
지난달 22일에도 사우디 정부는 모하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9월 이스라엘을 비밀리에 방문했다는 보도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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