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9 시청자 사로잡은 귀여운 아줌마들…'부암동 복수자들'

입력 2017-11-13 07:00   수정 2017-11-13 08:29

2049 시청자 사로잡은 귀여운 아줌마들…'부암동 복수자들'

타깃 시청률서 지상파 위협…페북 내 수목극 동영상 조회수 1위

코믹한 생활형 복수극으로 인기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엄청난 스펙으로 무장한 프로파일러들도 못한 일을 부암동에 사는 아줌마들이 해냈다.

희대의 살인마도 등장하지 않고 총 한번 쏘지도 않았지만, 두 주먹 불끈 쥔 아줌마들의 '생활형' 복수가 훨씬 더 많은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tvN 수목극 '부암동 복수자들'이 방송사가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삼는 20~49세 타깃 시청률에서 지상파를 위협하는 성적을 내며 이름을 날렸다. 페이스북 내 수목극 동영상 재생수에서는 지상파 경쟁작을 모두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 2049 시청률 동시간 2위…MBC, KBS 제쳐

'부암동 복수자들'은 10월11일 2.9%에서 출발해 지난 9일 6.1%까지 시청률이 올랐다.

이는 '크리미널 마인드'도 못한 일이다. tvN은 지난 7월 수목극을 신설하면서 세계적으로 히트한 미드 '크리미널 마인드'의 한국 리메이크작을 선보이면서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다. 손현주, 이준기, 문채원 등 화려한 스타플레이어에 유명한 원작, 힘을 잔뜩 준 범죄 수사극이었지만 시청률은 2~3%에 머물렀다.

'크리미널 마인드'의 방송 시간이 밤 11시였고, '부암동 복수자들'은 밤 9시30분이라 절대 비교는 어렵지만 '부암동 복수자들'이 지상파 3사 10시 수목극과 정면 대결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리미널 마인드'에 비해 불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부암동 복수자들'은 케이블에서 어려운 능선인 시청률 5%를 넘어서면서 밤 9시30분 tvN 수목극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전체 가구 시청률에서는 지상파에 뒤진 4위지만 지상파와의 격차는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다.

지난 2일 시청률을 보면 SBS TV '당신이 잠든 사이에' 7.3%-8.6%, MBC TV '병원선' 7.2%-8.6%, KBS 2TV '매드독' 5.6%, tvN '부암동 복수자들' 4.9%였다. 많아 봐야 4%포인트 차가 나지 않고, '매드독'과는 0.7%포인트 차에 불과했다.

게다가 2049 시청률로 따지면 2일을 기점으로 '부암동 복수자들'이 하지원 주연 '병원선'과 유지태 주연 '매드독'을 제치고 동시간 2위로 올라선다. 그에 앞서 10월19일부터는 '병원선'을 제치고 동시간 3위가 됐다.






운도 좋았다. MBC TV가 파업으로 '병원선' 종영 후 후속작을 편성하지 못하면서 '부암동 복수자들'은 지난 8~9일 시청률 6%를 넘어서게 됐다. 같은 기간 MBC TV는 '병원선 스페셜'을 편성해 시청률 2~3%로 추락했다.

'부암동 복수자들'의 경쟁력은 페이스북 내 수목극 동영상 재생수로도 확인할 수 있다.

13일 홍보사 블리스미디어에 따르면 9월 말에서 10월 말을 기준으로 수목극의 동영상 조회수를 평균하면 '부암동 복수자들'이 121만 뷰, '매드독'이 69.4만 뷰, '당신이 잠든 사이에'가 57.3만 뷰를 기록했다. 각 방송사가 홍보용으로 올린 2분 내외의 하이라이트 영상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에서 '부암동 복수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 코믹한 생활형 복수극…아줌마 3총사의 귀여운 하모니

축구광이 축구 경기를 보고 있을 때 골을 넣기 직전 TV 화면이 블랙아웃 된다면? 축구광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분노와 괴로움에 펄쩍펄쩍 뛸 것이다. 세계적으로 히트한 프랑스 영화 '아멜리에'(2001)에서 아멜리에가 얄미운 이웃 아저씨를 골탕먹인 방법이었는데 그야말로 효과 만점이었다.







'부암동 복수자들'은 대한민국 TV 드라마에 널려있는 '복수극'을 살짝 비틀었다. 막장으로 내달리는 처절한 복수가 아니라 코믹한 생활형 복수극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제목으로는 대놓고 복수를 표방했지만, 주인공들이 하는 복수는 거창하게 전개되는 게 아니라 살갑고 소소하게 펼쳐진다. 성추행범인 학교 교장의 물에 설사약을 살짝 타 넣고, 그가 앉은 의자에 강력 본드를 칠해놓는 식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심약한 아줌마들은 손이 덜덜 떨려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이요원이 엉뚱한 매력을 발산하는 재벌가 사모님을 맡아 극의 인기를 견인한다. 바늘 하나 안 들어갈 것 같아 보였던 도도하고 새침한 재벌가 사모님이 알고 보니 '허당'기 다분하고 순수한 캐릭터라는 사실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반전 매력을 뿜어냈다. 술 취하니 '취중 본색'이 발각되고, 생전 처음 먹어보는 믹스커피 맛에 흠뻑 빠지는 재벌가 사모님의 귀여운 모습이 이 드라마의 코믹함을 한껏 끌어올린다. 여기에 어떤 연기든 200% 소화해내는 라미란과 청순하고 조용한 이미지를 십분 살린 명세빈의 연기가 이요원과 귀여운 하모니를 연출해낸다.

아줌마 3인방이 복수를 하려는 대상은 외도해 자식을 낳은 남편, 폭력 남편, 학교 폭력 가해자, 성추행 교장, '갑질' 손님 등 주변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인물들이다. 이로 인해 시청자는 주인공 아줌마들에게 쉽게 감정이입을 해 함께 극의 흐름을 따라간다.

아줌마들의 생활형 복수극이라 전개가 빠르거나 시원하지는 않다. 그래서 도중 '답답하고 지지부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그런 점이 오히려 이 드라마의 개연성을 높여준다.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은 굴뚝 같지만 생활형 복수가 생각처럼 쉬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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