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소개로 샌디에이고 루키리그 인턴 코치…내년부터 정식 코치
"한국에서 남긴 기록은 의미 없다…선수가 먼저 찾는 코치 될 것"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홍성흔(41)에게 박찬호(44)는 은인과도 같은 사람이다.
현역 선수에서 은퇴한 뒤 진로를 놓고 고민하던 홍성흔은 박찬호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연결해준 덕분에 올해 루키리그 '인턴 코치' 자리를 얻었다.
"오히려 선수 때보다 훨씬 힘들었다"고 말할 정도로 홍성흔은 노력했고, 덕분에 정식 코치 자리를 제의받아 내년부터는 정식으로 연봉도 받는다. 보직은 타격과 배터리 코치다.
박찬호가 가장 공을 쏟는 박찬호 장학재단 20주년 기념행사에 홍성흔이 빠질 수 없었다.
장학금 전달식이 열린 12일 밀레니엄서울힐튼에서 만난 홍성흔은 "난 저만한 일을 할 만한 그릇은 안 된다. 그래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박)찬호 형이 어린 선수들에게 다시 꿈을 주는 걸 보니 자랑스럽다"며 "난 내 방식대로 재능기부 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식 코치가 된 홍성흔은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코치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선수와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그래서 홍성흔은 내년 2월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 합류하기 전까지 영어에만 전념할 계획이다.
그는 "영어 공부하다가 살이 빠질 정도다. 훈련 중에 빨리 못 움직이면 안 돼서 몸도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성흔은 KBO 리그 최초로 우타자 2천 안타를 때린 스타였다. 골든글러브만 6개를 보유했고, '미스터 올스타'도 두 번 뽑혔다.
그러나 홍성흔은 "미국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코치로 실력이 중요하다. 한국에서 했던 것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거기서는 선수에게 먼저 무엇을 고쳐야 한다고 말하면 안 된다. 선수가 먼저 찾아와서 알려달라고 하는 게 규칙이다. 선수가 먼저 찾는 코치가 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야구선수는 좋은 남편도, 좋은 아빠도 되기 힘들다.
시즌 기간에는 '가사 공동 분담'은 기대하기 어렵고, 원정 경기 때문에 집을 비우기 일쑤다.
아이들이 아빠를 어색하게 생각하는 건 물론이고, 피하는 경우까지 있다.
은퇴 후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고 약속했던 홍성흔은 다시 집을 비운다. 이번에는 아예 미국으로 떠나 퇴근도 없다.
항상 유쾌한 성격답게 홍성흔은 "미국 가서 부부관계가 좋아졌다"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곧 "같이 있겠다는 약속을 못 지켜서 미안하다. 항상 가족에게 가장 미안하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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