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미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우리 정보기관을 믿는다"고 말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선 불개입 주장을 옹호한 지 하루 만에 말을 뒤집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하노이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 정보기관을 믿는지 아닌지 예, 아니오로 답해달라'는 요청에 "나는 우리 정보기관을 지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훌륭한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만큼 나는 우리 정보기관들을 매우 신뢰한다"며 "이 문제에 대해 여전히 논쟁이 있다니 놀랍다"고 덧붙였다.
이는 사실상 미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푸틴 대통령을 두둔하며 전 정보기관 당국자들을 비난한 전날과 매우 달라진 태도를 보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푸틴 대통령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가 다시 물어봤더니 그는 우리 선거에 절대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며 "그의 말은 진심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또한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등 전직 미국 정보 당국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이들은 거짓말쟁이이며 폭로자들이라고 혹평했다.
거론된 미 정보기관은 지난해 미 대선 당시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돕기 위해 개입한 것이 사실이라는 결론을 올해 1월 합동 보고서를 통해 내린 바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보기관에 대한 신뢰를 자신이 임명한 이들이 이끄는 기관으로 한정했다.
그는 "나는 현재 구성된 정보기관을 특히 믿는다"며 "훌륭한 사람들이 이끌기 때문에 우리 정보기관을 매우 많이 신뢰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정보기관 수장들은 올해 5월 의회 청문회에서 러시아가 작년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분석관들의 결론에 동의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이날 CNN방송에 보낸 성명을 통해 기존 견해를 재확인했다.
CIA는 성명에서 "마크 폼페오 국장은 2017년 1월 '최근 미 대선에서 러시아의 활동과 그 의도 평가'라는 제목의 정보기관 평가 보고서를 지지하며, 늘 그렇게 해왔다"며 "러시아 대선 개입과 관련한 CIA의 평가는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개입설 부인에 신뢰를 보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정가에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푸틴 대통령이 대선에 개입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푸틴 대통령이 우리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강력히 의식하는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에서도 "비방하는 자들과 멍청이들이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갖는 것이 나쁜 게 아니라 좋은 일이라는 것을 언제쯤에나 깨달을까"라고 적었다.
그는 "항상 권모술수가 있고 이는 우리나라에 해가 된다"면서 "나는 북한, 시리아, 우크라이나, 테러 문제를 해결하고 싶고, 러시아는 무척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gogog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