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실험' 넥스트 제너레이션, 1세트당 4게임제
듀스 없고 3-3에서 타이브레이크…선심 대신 호크아이
이형택 "ATP에서 인기몰이 위해 여러 방법 도입" 호평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테니스는 프로 스포츠 가운데 보수적인 면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아직도 윔블던과 프랑스오픈은 야간 경기가 열리지 않고, 프랑스오픈은 지붕이 없어서 비 때문에 경기가 중단되기 일쑤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 속에서 테니스만 역사와 전통을 고집할 수는 없다. 테니스 역시 프로 스포츠 '공공의 적'인 시간과의 싸움에 한창이다.
11일(한국시간) 정현(21·삼성증권 후원)의 초대 우승으로 막을 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는 여러 실험적인 규칙이 등장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세트 승리를 위해 필요한 게임이다.
원래 규칙은 세트당 6게임이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4게임만 먼저 획득한 쪽이 세트를 가져간다.
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타이브레이크 룰(7포인트를 먼저 따는 쪽이 승리)도 이번 대회는 일찌감치 적용한다.
정식 규칙은 게임 스코어 5-5에서 양측이 한 게임씩 나눠 가져 6-6이 되면 타이브레이크에 진입하지만,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는 3-3이면 곧바로 적용했다.
또한, 40-40에서 듀스 없이 곧바로 1포인트만 따면 게임을 가져간다는 규칙을 신설했다.
테니스의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쪽에서 가장 크게 반대한 두 규칙 덕분에 경기 시간은 대폭 줄었다.
정현은 4강에서 다닐 메드베데프(21·러시아)와 풀세트 접전을 펼쳤지만, 경기 시간은 2시간을 넘기지 않았다.
방송사에서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2시간 이내 경기'가 성사된 것이다.
선심도 따로 없다. 코트 중앙에 '체어 엄파이어(주심)'만 앉아 있고, 라인 인·아웃은 호크아이로 판정한다. 평상시 재판독을 위해 활용하는 호크아이 '돋보기'를 처음부터 들이대니 판정 시비로 없다.
서브가 네트에 맞고 상대 코트에 떨어지면 무효 처리하는 '레트(let)'도 이번 대회에는 적용하지 않았다.
정현은 레트를 미적용한 덕분에 4강에서 중요한 고비마다 포인트를 챙겼다.
이에 대해 정현은 조별예선이 끝난 뒤 "밀라노에 와서 모든 선수가 새로운 룰에 맞춰 연습했다. 적응은 다 됐다. 레트는 어쩔 수 없지만, 선수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규칙에 크게 신경 안 쓰고, 많이 시뮬레이션하고 경기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새 규정 가운데 정현이 정식 투어 경기에서도 적용하길 원한 건 샷 클록(서비스 제한시간 25초를 전광판에 노출)과 '노 레트'다.
정현은 "가끔 경기가 길어질 때 안경을 닦으며 시간을 보내면 (심판이) 경고를 하기도 한다"며 선수도 명확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시간을 노출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을 냈다.
ATP 측은 새로 도입한 규정이 대회를 더욱 재미있게 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은 "흥미로운 실험이지만, 실제 투어 대회에서 당장 이 규칙을 실전에 도입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정현에 앞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ATP 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이형택(41) 이형택재단 이사장은 "새롭게 ATP에서 여러 방법을 도입하며 인기몰이에 노력한다.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밝혔다.
◇ 경기시간 단축 위한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 특수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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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규칙 │넥스트 제너레이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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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당 게임 │6게임 │4게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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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0 듀스 │적용 │미적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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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브레이크│6-6에서 적용 │3-3에서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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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 후 25초 이내 서브│심판이 판단 │전광판 시계로 엄격 적용 │
├────────────┼───────────┼────────────┤
│라인 인·아웃 │선심 판정 후 선수 요창│선심 없이 호크 아이 │
││하면 호크 아이││
├────────────┼───────────┼────────────┤
│경기 전 워밍업 시간 │- │5분 │
├────────────┼───────────┼────────────┤
│레트(서비스가 네트에 맞 │적용 │미적용 │
│고 코트에 들어오면 무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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