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관례 무시한 채 시간·장소 고집"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별도의 공식 양자회담을 열지 못한 건 미국 때문이라고 크렘린궁 대변인이 주장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미-러 정상이 몇 차례의 짧은 접촉만 하고 제대로 된 공식 양자회담을 하지 못한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실제로 우리는 별도의 양자회담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시도했으며 이 작업은 양국 의전 및 다른 채널을 통해 진행됐다"고 소개했다.
페스코프는 그러나 미국이 러시아 측에 맞지 않는 시간만을 제안하고 장소도 자신들이 임대한 곳만을 고집하면서 양자회담이 무산됐다고 전했다.
회담 장소의 경우 지난 7월 독일 함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미국 측이 임대한 곳에서 미-러 양자회담이 이뤄져 이번에는 러시아가 제안한 장소를 택할 차례였지만 "미국 측은 유연성을 보이지 않고 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은 통상 양측이 제안하는 장소를 교대로 오가며 하는 것이 외교 관례인데 미국은 이같은 관례를 따르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푸틴과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APEC 행사장에서 짧게 만나 스탠딩(Standing) 형식의 회담을 한 뒤 시리아에서 양국이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공조를 계속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만을 발표했다.
두 정상은 10일부터 이틀동안 열린 APEC 회의 기간 중 몇 차례 접촉하며 잠깐씩 대화를 나눴으나 본격적인 양자회담은 끝내 하지 못했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이 무산된 것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논란으로 악화한 양국 갈등이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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