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제 미사일" vs "미제 폭탄"…'네탓'공방 속 죽어가는 예멘

입력 2017-11-1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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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제 미사일" vs "미제 폭탄"…'네탓'공방 속 죽어가는 예멘

사우디 국경 봉쇄에 반군은 사우디 유조선 공격 위협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지난주부터 예멘 반군 측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불발된 대형 폭탄 사진이 확산했다.

이들은 이 폭탄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전투기가 투하한 것으로 중량 900㎏급 미국산 대형 범용 폭탄 MK-84가 예멘 사나의 도로 한복판에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폭탄의 기종과 일련번호가 새겨진 폭탄 몸체를 확대해 찍은 사진을 보면 미제 폭탄임을 알 수 있다.

예멘 반군을 지지하는 네티즌들은 사우디의 폭격 배후는 이런 대량 살상으로 이어지는 폭탄을 판매하고 정치적으로 용인 또는 묵인하는 미국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사우디군의 표적이 그들이 주장하는 대로 군부대나 군사용 기지가 아니라, 민간인이 다니는 대로를 무차별적으로 겨냥해 무고한 이들을 살상하는 전쟁범죄를 저지른다고 비판했다.

이 사진이 유포된 시점은 4일 밤 예멘 반군이 사우디 리야드 부근에 매우 근접한 곳에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한 공격과 연관된다.




이번 미사일은 예멘 반군이 2015년 3월 내전에 개입한 사우디를 겨냥해 쏜 미사일 70여발 가운데 가장 깊숙한 지점에 떨어졌다.

사우디는 이에 대한 보복 성격으로 10일 반군이 장악한 사나를 공습했다.

이 사진이 사실이라면 이 폭탄은 이때 투하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미국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10개국도 사우디에 무기를 판다. 이 무기는 예멘 내전에 사용된다.

사우디는 그러면서 리야드 부근으로 예멘 반군이 쏜 탄도미사일의 잔해를 조사한 결과 이란제라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도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가 이 미사일의 출처라면서 이를 거들었다.

이란은 이를 즉시 부인했다.

예멘 반군에 이란이 계속 무기와 군사 훈련 인력을 공급한다는 게 사우디의 주장이다.

사우디는 이란의 무기 제공을 막겠다면서 예멘의 모든 항구와 공항, 육로 국경을 6일부터 약 1주일간 봉쇄했다.

이란은 예멘 반군에 우호적이긴 하지만 군사 지원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반박하면서 사우디의 비인도적인 민간인 공격과 팽창주의를 비판해 왔다.

그러나 예멘 내전을 해결하려면 예멘 정부와 반군의 협상이 아닌 사우디와 이란이 대화 테이블에 앉아야 하고, 그에 앞서 미국이 이를 '승인'해야 한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사우디와 이란 모두 상대방에게 예멘 내전에서 손을 떼라고 맞서고 있다.

이런 지역 패권국의 '네 탓' 공방의 무한순환 속에 예멘은 기약 없이 최악의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사우디의 예멘 공습이 시작된 2015년 3월부터 약 8천900명이 폭격과 교전 등 폭력 행위로 숨졌고, 이들 가운데 60%는 민간인으로 추산된다.

올해 4월부터 창궐한 콜레라에 90만명이 감염됐으며 인구의 70%인 2천만명에게 긴급 식량 지원이 필요하고 700만명이 당장 아사 위기에 처했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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