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항행의 자유' 지지 싱가포르, 아세안 의장직 인수
남중국해 행동준칙 제정 협상 등에 영향 미칠 듯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을 둘러싸고 회원국 간 갈등과 반목을 노출했던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이 의장국 교체로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13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마닐라에서 열리는 이번 정상회의 말미에 필리핀으로부터 아세안 의장국 지위를 인계받는다.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는 이날 연설을 통해 내년 1년간 아세안을 어떻게 이끌고 갈지에 관한 구상을 밝혔다.
리 총리는 특히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 "아세안과 중국은 '남중국해 행동준칙'(COC) 초안에 합의하는 등 상황을 진전시키기 위한 중요한 과정을 거쳤다"며 "공식 COC 협상 개시 등 아세안과 중국 간 실질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긴장을 줄이고 잘못된 판단에 의한 위기를 피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실질적으로 신뢰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를 위해 해상에서 조우한 군용 선박과 항공기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통의 가이드라인을 만들도록 아세안이 합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리 총리는 동남아에 만연하는 테러 위협에 대한 대응, 지역 및 글로벌 이슈에 관한 회원국 간의 연대와 신뢰와 대북 문제에 관한 국제적 의무 이행 등도 강조했다.
최근 2년간 라오스, 필리핀 등 '친중 성향' 국가들이 의장국을 맡아오면서 아세안은 최대 이슈인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둘러싸고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였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분쟁 당사국의 강경한 목소리를 의장국이 억누르면서 파행도 잦았다.
작년 6월 중국-아세안 외교장관 특별회의에서는 중국을 비판하는 성명이 발표 하루 만에 철회되는 해프닝이 빚어졌고, 지난 4월 아세안 정상회의는 폐막 후 반나절이 지나서야 '지각 성명'을 냈다.
일부 회원국의 반대로 남중국해 관련 성명에 중국을 비판하는 표현을 넣지 못한 분쟁 당사국들은 속이 부글부글 끓지만 '만장일치' 합의제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반면 내년 의장국인 싱가포르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둘러싸고 중국의 대척점에 서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홍콩 세관이 대만에서 군사 훈련을 마치고 본국으로 향하던 싱가포르 장갑차를 홍콩에서 압류하면서 갈등이 고조됐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중국은 지난 9월 리 총리를 베이징으로 초청해 관계 개선을 시도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은 물론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까지 나서서 리 총리를 환대했고, 양국 우호 관계 강화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지지도 요청했다.
그러나 그동안 미국이 주창해온 '항행의 자유'를 지지하는 싱가포르가 아세안을 이끌게 되면, 아세안 내부에서 들끓는 중국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억누르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중국과 아세안 간에 본격화할 '남중국해 행동준칙' 제정 협상도 '법적 구속력'을 제한하자는 중국의 입장이 온전히 반영될지도 불분명하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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