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독일 수도 베를린 기반의 일간 타게스슈피겔은 지난 9일(현지시간) 자에 1993년부터 올해 5월까지 유럽 망명길에 숨진 난민 3만3천293명의 이름과 나이, 국적, 성별, 사망 경위 및 일시를 일목요연한 명단으로 게재했다.
리스트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아 익명이 많았지만, 온갖 언론 보도로 알려진 가슴 아픈 사망 또는 행방불명 경위를 다수 소개했다.
온라인판에 PDF 파일 48쪽 분량으로 게시된 명단은 소형보트가 가라앉는 바람에 익사한 가족에서부터 동사하거나 자살한 여러 사람의 사연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대표적으로 2015년 9월 터키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돼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3살짜리 시리아 꼬마 에이란 쿠르디의 이야기뿐 아니라 생후 4개월 된 시리아 아기 파리스 알리가 터키 바트만의 한 텐트에서 동사하고 다섯 살 난 아프가니스탄 소년 잘리다 알리가 선박 난파 후 역시 해변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사례를 담았다.
타게스슈피겔은 유럽 국경 밖, 그리고 유럽 내 국경 통제 정책의 영향으로 숨진 망명 희망자와 난민, 이민자들에 관한 기록을 남기길 원했다"고 리스트 게재 배경을 전했다.
신문은 특히, 11월 9일은 "독일인들에겐 운명의 날"이라고 전제하고, 결국에는 바이마르 공화국으로 정리된 1918년 혁명, 히틀러와 루덴도르프의 1923년 뮌헨 반란, 나치 정권의 1938년 유대인 집단학살 개시, 옛 동독과 서독을 가른 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가 공교롭게도 그날 이뤄진 사실을 들어 명단 게재 택일의 역사성을 강조했다.
AP 통신은 명단을 분석한 기사에서 유럽 땅을 밟은 뒤 본국 추방을 앞두고 감금된 곳에서 폭행에 사망하거나 자살한 이들도 몇몇 있었다고 전하고 옛 동독 튀링겐 주 슈묄른 지역에 있는 반(反) 난민 신(新) 나치 세력 때문에 건물에서 떨어져 숨진 17세 소말리아 청년, 그리고 남부 잉글랜드 해안 유치장에서 자살한 30세 우간다 남성이 그런 경우라고 썼다.
통신은 그럼에도, 신문 명단의 압도적 다수는 유럽으로 가던 길에 지중해에 익사한 사람들이라며 이런 유형의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타게스슈피겔은 10일 온라인판에 올린 "난민드라마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제하 기사에서 지중해를 루트로 이용한 난민 수가 2015년에는 100만 명 이상이었지만 2016년에는 36만3천 명, 올해 들어 최근까진 15만2천 명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또 지중해는 여전히 난민의 공동묘지라면서 이곳에서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난민 숫자는 2014년 3천500명, 2015년 3천800명, 2016년 5천 명 이상이라고 설명한 뒤 올해의 경우 지난 9일 현재까진 약 3천 명이지만 연말까지 고려하면 예년과 비슷해지리라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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