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코치로 새출발 이병규 "다른팀 제의 왔으면 거절했겠죠"

입력 2017-11-13 16:23  

LG 코치로 새출발 이병규 "다른팀 제의 왔으면 거절했겠죠"

"선수들이 스스로 자기 것을 찾도록 도와주고 싶어"

"현장과 프런트 야구를 모두 공부할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LG 트윈스 영원한 '적토마' 이병규(43)가 다시 LG 줄무늬 유니폼을 입었다. 이제 코치로 새 출발 한다.

13일 경기도 이천 챔피언스파크로 '첫 출근'을 한 뒤 서울 잠실구장으로 옮겨 미디어 인터뷰에 응한 이 코치는 "선수로 복귀한 느낌"이라며 어색하게 웃었다.

1997년 LG 1차 지명으로 입단해 줄곧 LG 선수로만 뛰다가 지난해 은퇴한 이 코치는 "빨리 유니폼을 다시 입고 싶었는데 이렇게 빨리 입을 줄은 몰랐다. 기분이 좋다"며 소감을 말했다.

이 코치는 지난해까지 1천741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1, 안타 2천43개, 홈런 161개, 타점 972개, 도루 147개 등 화려한 기록을 남겼다.

이병규는 1997년 신인왕을 시작으로 통산 7번의 골든글러브 수상(외야수 6회 최다 수상), 2번의 타격왕과 4번의 최다안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의 등번호 9번은 LG 야수로는 최초로 영구결번됐다.

현재 '남은 등번호' '93'을 달고 있는 이 코치는 "어울리는 등번호를 추천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올 시즌에는 스카이스포츠에서 프로야구 중계 해설위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해설하면서 시야를 넓힌 것에 코치 활동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 코치는 "시작을 LG에서 했기 때문에 뭐든 LG에서 하고 싶었다. 첫 시작은 무조건 LG라고 생각했다"며 만약 다른 팀에서 코치 제의가 왔다면 거절했을 것이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병규 LG 코치와 일문일답.





-- 코치직을 어떻게 수락했나.

▲ 원래는 연수를 추진하고 있었는데 혹시 LG에서 불러주지는 않을까 기대는 했었다. 먼저 제의가 와서 방향을 틀었다.

-- 류중일 신임 감독과 인연은 있는지.

▲ 없다. 류 감독님께서 LG에는 처음이시니까 아무래도 LG에 오래 있었던 제가 선수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시는 것 같다. 전화통화를 했는데, 'LG가 좀 더 야구를 잘해야 하니 도와 달라'고 하시더라. 저도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 어떤 보직을 맡게 되는가.

▲ 보직 없이 첫 출근 했다. 마무리훈련에 가지 않은 잔류군 선수가 몇 명 없더라. 아침에 수비 훈련을 했다. 외야수로는 한석현밖에 없어서 맨투맨 지도를 해줬다.

-- 은퇴 후 1년은 어떻게 보냈나.

▲ 방송을 열심히 했다. 더그아웃이 아닌 밖에서 야구를 보니 더 재밌더라. 중계석과 시청자 입장에서 또 다른 야구를 봤다. 재밌게 봤다. 상대 팀 분석도 열심히 했다.

-- 코치가 됐을 때 후배들의 반응은.

▲ 정성훈, 박용택 등 고참들은 진짜냐고 그러더라. 오지환은 반갑다고 카카오톡을 날려줬다.

-- 후배들에게 바라는 것은.

▲ 스스로 알아서 하는 선수가 되기를 바란다. 지도하지 않아도 스스로 했으면 좋겠다. 선수들이 의지를 많이 하고 도움을 받으려고 하더라. 스스로 자기 것을 찾아가야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난관에 부딪혔을 때 질문을 하면 더 많은 것을 도와줄 수 있다. 첫 번째는 스스로 했으면 좋겠다.

-- 선수 시절 너무 잘한 선수들은 코치가 되면 어렵다고 하던데.

▲ 제 눈높이를 낮추면 충분히 할 수 있다. 저도 잘하는 선수가 아니었으니 당연히 제가 낮춰야 한다. 그 선수와 똑같은 눈높이에서 똑같은 시선으로 봐야 한다.

-- 바라는 지도자상은.

▲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뛸 때 만난 이시미네 가즈히코 타격코치님과 대화를 많이 했었다. 그분은 선수들이 다가올 때까지 누구에게도 말을 걸지 않았다. 하지만 지켜봐 주셨다. 하다가 잘 안 될 때 코치님께 가면 해답을 주셨다. 계속 보고 계셨다. 그때 다른 세상의 야구를 봤다. 스스로 알아서 자신을 찾아가도록 해주셨다. 고양 원더스와 kt wiz에도 코치로 계셨던 분이다.

-- 가장 다가올 것 같은 선수는 누구인가.

▲ 스스로 하는 아이들에게 제가 다가가고 싶다. 지켜보고 싶다. 이천웅, 양석환, 채은성 이런 어린 친구들이 저에게 많이 물어볼 것 같다. 특히 좌타자들이. 저는 선수들이 다가왔으면 하는데, 쉽지는 않을 것이다. 처음에는 부담을 많이 느낄 것 같다. 이야기를 많이 하면 와줄 것으로 생각한다.




-- 밖에서 LG를 봤을 때 느낀 점은.

▲ LG는 야구를 참 잘한다. 타자 입장에서 아쉬운 점은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들이 너무 없다는 것이다. 주전 확보를 못 하고, 믿음을 못 줘서 아이들이 우왕좌왕하지 않았나 싶다. 주전이 확실히 있으면 책임을 느낄 텐데.

--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 새 감독님이 오시고 나서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다. 어린 선수들에게 '왜 프로야구에 당신이 있어야 하는지' 말해줄 것 같다. 왜 여기에 있어야 하고 왜 야구를 해야 하는지 설명하면서 정신적인 면을 먼저 개선을 해줘야 할 것 같다.

-- 해설위원 활동은 어땠나.

▲ 진짜 재밌었다. 제가 몰랐던 야구도 새로 보고, 규정도 알게 됐다. 각 팀의 성향도 많이 알게 됐다. 우리 팀의 연승·연패 분위기만 알았는데 다른 팀 분위기도 알게 되는 게 재밌더라.

-- 선수들과 동행하는 게 힘들지는 않을까.

▲ 저도 2군 생활하면서 다 버텼다. 어렵지 않다.

-- 걱정되는 부분은 없는가.

▲ 코치 생활을 잘 모르니까 제 행동이 오해를 사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저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는 하시는데, 코치 세계에도 룰이 있는 것 같다. 이제 제가 막내 코치라고 커피와 수건을 놓는 자리, 회식에서 앉는 자리 등을 알려주는 메시지도 받았다.

-- 기대되는 부분은.

▲ 되게 설렌다. 예전에는 코치님이 계시니 선배로서 후배에게 가르쳐주거나 할 때 조심스러웠다. 이제는 코치가 됐으니 자연스럽고 부담 없이 이야기할 수 있다. 오늘은 시즌 마치고 휴가를 보내고 처음 연습하는 느낌이 들더라.

-- 집에서의 반응은.

▲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니까 축하한다고 한다. 양복 안 입으니 옷값도 안 들 것이다. 부모님과 장인·장모님도 좋아하신다. TV에서 제 목소리만 나온다는 것이 굉장히 어색하셨나 보다. 유니폼을 다시 입는 것 자체를 좋아하신다.

-- 연수를 갔다면 무엇을 배우려고 했나.

▲ 프런트 야구를 배우려고 했다. 선수 육성 등을 배우고 싶었다. 프런트 연수가 현장 연수보다 더 어렵더라. LG에서 제의가 와서 빨리 마음을 잡고 들어왔다. 여기서 현장과 프런트 다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프런트 야구도 기회가 있으면 배우고 싶다.





-- 다른 구단에서 코치 제의가 왔다면 어떻게 했을까.

▲ 안 갔다. 시작은 LG에서 했기 때문에 뭐든 LG에서 하고 싶다. 끝도 LG에서 했으면 하는데 바람일 뿐이다. 첫 시작은 무조건 LG라고 생각했다.

-- 다른 구단에서 1군 감독 제의가 왔다면.

▲ 그렇다면 고민했을 것이다. 하하.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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