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첫 LPGA 진출에 이어 메이저 우승·올림픽 메달까지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슈퍼루키' 박성현(24)을 간발의 차로 제치고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중국의 펑산산(28)은 '중국 골퍼 최초'라는 말을 늘 달고 다녔다.
중국 광저우에서 태어나 10살에 골프를 시작한 그는 2007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통과해 중국 선수 가운데 처음으로 LPGA 투어 무대를 밟았다.
2012년 메이저 대회인 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때도,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을 때도 '중국 골퍼 가운데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중국 골프 역사의 첫 페이지를 혼자 도맡고 쓰고 있다시피 한 펑산산은 마침내 세계 1위에까지 오르며 중국 골프사에 새 장을 열었다.
지금까지 메이저 1승을 포함해 LPGA 투어에서 통산 9승을 거뒀고, 유러피언 투어와 일본 투어에서도 각각 7승을 챙겼다.
이번 시즌엔 5월 볼빅 챔피언십에 이어 이번 달 토토 재팬 클래식과 블루베이 LPGA까지 우승하며 김인경(29)과 나란히 3승자가 됐다.
아직은 펑산산이 중국 '최초'이면서 '유일'한 선수인 경우가 많다.
세계랭킹 100위권 내에 중국 선수는 펑산산뿐이고, 펑산산 이후로도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린 중국 선수들은 아직 없다.
그러나 세계무대에서 중국의 존재감은 남자부에서도 서서히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7월 메이저 디오픈에서는 중국의 리하우퉁이 단독 3위에 올라 주목을 받았고 이어 8월에는 더우쩌청이 2부 웹닷컴 투어 대회 우승으로 중국 선수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카드를 손에 넣기도 했다.
지난달 뉴질랜드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는 중국의 젊은 선수들이 1∼3위를 휩쓸며 무서운 잠재력을 보여줬다.
11일 중국 하이난성에서 끝난 블루베이 LPGA에서 우승한 후 펑산산은 "고국 국민 앞에서 세계랭킹 1위에 올라 정말 기쁘다"며 "모든 중국인이 나를 보고 골프를 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더 많은 중국 선수들이 투어에 진출하고, 세계 1위에 등극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중국의 박세리'라고 불리기도 한 펑산산은 실제로 중국 골프 유망주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펑산산 키즈'가 세계무대로 나올지가 중국 골프의 앞날을 좌우할 수 있다.
미국 골프채널은 이날 펑산산의 랭킹 1위 소식을 전하면서 "펑산산이 중국 골프의 운명을 짊어지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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