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온갖 꽃 펴야 진짜 봄"…李 "봄은 오리가 먼저 느껴"(종합)

입력 2017-11-14 01:35  

文대통령 "온갖 꽃 펴야 진짜 봄"…李 "봄은 오리가 먼저 느껴"(종합)

文대통령-中리커창 회동…한시 인용하며 관계정상화 의지 피력 '이심전심'

文대통령 "모든 분야 교류협력 활짝 꽃피우자…구보 진전 위한 일보 후퇴"

리커창 총리 "조속한 정상궤도 복귀 추진…중한관계 적극적 변화 시작"

회담 예정된 30분 넘긴 52분간 진행…中 재정부장·인민은행장도 배석




(마닐라=연합뉴스) 노효동 이상헌 기자 = "꽃이 한 송이만 핀 것으로는 아직 봄이 아니다. 온갖 꽃이 함께 펴야 진정한 봄이다". (문재인 대통령)

"봄이 오면 강물이 먼저 따뜻해지고 강물에 있는 오리가 따뜻한 봄을 느낄 수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는 13일 오후 늦게 필리핀 마닐라 시내 소피텔 호텔에서 회동, 중국 고전 글귀를 인용하며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의 조속한 해빙을 한 목소리로 기원했다.

문 대통령은 회동의 모두발언에서 '꽃이 한 송이만 핀 것으로는 아직 봄이 아니다, 온갖 꽃이 함께 펴야 진정한 봄이다'라는 글을 봤다"며 "오늘 총리님과의 회담이 실질 협력의 다양한 꽃을 피울 수 있게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나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양국 간 정치·경제·문화·관광·인적교류 등 모든 분야의 교류 협력이 각양각색의 꽃을 활짝 피우면서 양국 국민이 한중관계가 진정한 봄을 맞이했다는 것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게 함께 노력하길 바라마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시진핑 국가주석·리커창 총리 등 중국 서열 1·2위와의 연쇄 회동을 통해 한중관계 정상회의 물꼬를 텄지만, 특정 분야가 아닌 정치·경제·문화 등 양국 간 모든 분야에서 정상화를 이루고 활성화해야 진정한 양국 관계의 봄을 맞는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구보 진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말이 있듯이 그간 아쉬움을 기회로 전환하고 서로 지혜를 모은다면 양국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빠른 시일 내에 실질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걸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일반적인 구절을 쓰지 않고, '이보' 대신 굳이 '구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중국인들이 9라는 숫자를 좋아하는 데다 '구'가 '九(아홉 구)' 또는 '久(오랠 구)'와 발음이 같아 한중 관계가 앞으로 두 발짝보다 더 오랫동안 함께 전진하자는 의미에서 일부러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중관계가 새로운 출발점에서 새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느낀다"며 "지난 한중관계 개선 발표와 특히 시 주석과의 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가 정상적인 관계로 조속히 회복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리 총리의 정치국 상무위원 연임을 축하하면서 "이런 토대 위에서 오늘 회담이 지난 1년여 동안 부분적으로 위축됐던 경제·통상·문화·인적교류 등 제반 분야 협력을 실질적으로 회복시키고 여타 양국 간 공통 관심사에 대한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협의하는 귀중한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관계 정상화에 대한 기대를 거듭 밝혔다.

이에 리 총리는 "방금 대통령께서 중국 고전을 인용해 중한관계가 따뜻한 봄을 맞이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중국에서도 이런 비슷한 말이 있다"며 중국 시인 소식(蘇軾)의 시 구절 '춘강수난압선지'(春江水暖鴨先知·봄 강물 따스해지는 것은 오리가 먼저 안다)를 거론한 뒤 "양측이 공동 노력을 통해 중한관계를 조속히 정상궤도로 추진하길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그는 "지난 동안에 양측은 예민한 문제를 단계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 적극적인 진전을 이뤘고, 중한관계도 적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며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께서 기울여주신 노력에 대해 적극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또 "문 대통령님과 만나게 돼 기쁘며, 이번 기회에 대통령 취임을 축하드린다"며 "문 대통령께서 중국말로 제 이름을 불렀는데 발음이 정확하다. 대통령 말씀을 통해 중한 간 정말 비슷한 문화 배경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도 했다.

이날 회동은 애초 오후 5시 30분에 예정됐으나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일정이 지연되면서 3시간 18분 늦은 오후 8시 48분에 시작됐다. 또 당초 30분 간 회담을 하기로 양측이 합의했지만 실제로는 22분을 넘긴 52분 동안 진행됐다.

회담에는 우리 측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철 경제보좌관, 반장식 일자리수석,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등이, 중국 측에서는 샤오제 재정부 부장, 먀오웨이 공업정보화부 부장,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행장, 장예쑤이 외교부 부부장, 스강 총리 판공실 주임, 천샤오둥 외교부 부장조리 등이 각각 배석했다.

중국 측에서 재정부 부장과 인민은행장 등 중국 경제의 핵심 인사들이 배석한 것을 두고 우리 측 관계자는 "그게 리커창의 힘"이라고 촌평했다.

honeyb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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