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케임브리지대 연구진 성과 '네이처 메디슨'에 게재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과학자들이 사람 몸에 발생하는 간암 종양을 실험용 배양접시에 그대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종양의 3차원 구조는 물론이고 유전자 발현 정도까지 그대로 모방해, 간암 치료제 시험 및 기초 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가장 흔한 간암 3종을 오가노이드(organoid) 배양체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오가노이드는 3차원 조직배양을 통해 실제 조직과 유사하게 만든 이른바 '미니 유사 장기'를 뜻한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 13일 자에 실렸다.
이번 연구에는 한국인 과학자인 구본경 오스트리아 분자생명공학연구소(IMBA) 그룹리더(당시 케임브리지대 그룹리더)도 공저자로 참여했다.
연구진은 간암 환자 8명의 종양을 수술로 떼어냈다.
이 종양에서 간암 줄기세포를 얻어, 줄기세포의 유지와 분화에 필요한 성장인자 등을 넣어 주며 배양했다.
이런 방법은 간암이 자라나는 상황을 몸 밖에서 재현한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구본경 박사는 "유사한 방법으로 수년간 대장암, 췌장암, 전립선암 오가노이드가 발표됐다"며 "이번 연구는 한국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간암에 대한 것으로, 국내 의학계에서도 크게 관심을 가질만한 성과"라고 설명했다.
이런 오가노이드는 특히 환자 맞춤형 '항암치료'에 유용할 전망이다.
환자의 암세포를 이용해 오가노이드를 만든 뒤, 항암제의 효능을 미리 검증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실제 이 오가노이드를 대상으로 29종의 화합물 중 항암 효능이 가장 효능이 뛰어난 물질을 찾아내기도 했다.
쥐에 오가노이드와 같은 암종을 생성한 뒤 이 물질을 투여하자, 1주일 뒤 종양의 크기가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메릿첼 우흐 교수는 "이 오가노이드는 환자에 어떤 약물이 맞는지 시험하는 데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간암에 대한 기초 연구를 가능하게 한다. 또 연구에 쓰이는 실험동물의 수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암 연구에 대한 진보를 이뤘다"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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