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시아 순방, '수퍼파워'의 종말 보여줬다"(종합)

입력 2017-11-14 15:13   수정 2017-11-14 16:54

"트럼프 아시아 순방, '수퍼파워'의 종말 보여줬다"(종합)

WP 기고글 "'팍스 시니카' 대두"…수전 라이스 "中을 다시 위대하게 " 지적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14일 마무리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아시아 순방에 대해 전문가들이 대체로 박한 평가를 내놨다.

북핵, 무역 등의 면에서 실질적인 성과는 부족한 반면, 아시아에서 미국의 고립과 함께 중국의 부상을 부각시켰다는 평가다.

필리핀의 아시아 정치 전문가인 리처드 자바드 헤이다리안은 전날(현지시간)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 기간, 미국이 아시아에서 수십 년간 유지해온 헤게모니의 급격한 쇠퇴가 명백하게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헤이다리안이 꼽은 이유는 두 가지다. 중국의 급격한 부상,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성향에 따른 미국의 아시아에서 입지 약화.

트럼프 대통령은 신고립주의 정책인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고수하며 동맹이든 적이든 동요하게 만들었다. 또 트위터로 장광설을 늘어놓거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공격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해체를 압박하는 등 가까운 동맹들로부터도 미국을 고립시켜왔다고 그는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이후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입지는 사실상 무너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남중국해 문제 등에 있어 중국의 양보를 끌어내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양국 간 무역 불균형 문제에 있어서도 중국을 겨냥한 비난은 자제하고 도리어 전임 미국 대통령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눈에 띄게 고립된 모습을 보여줬다.

헤이다리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TPP 탈퇴로 다른 가입국들이 배신감을 느꼈었고, 이번 APEC 회의 주최국인 베트남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언급했다.

이어 동맹국들은 미국을 지나쳐 '포스트 아메리카' 세계를 만들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중국은 힘과 역동성이라는 이미지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목적의식을 갖고 전력을 다해 아시아와 세계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게 헤이다리안의 주장이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팍스 아메리카나'가 아닌 '팍스 시니카'(중국이 지배하는 세계질서)의 시대로 정의하면서 "이런 비현실적으로 왜곡된 상황에서, 그럴듯하지 않아 보이던 (중국) 공산주의 정권이 세계화와 다자외교의 수호자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APEC 정상회의에서 세계화를 거스를 수 없는 역사적 흐름이라고 강조한 시 주석은 미국 중심의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일본 중심의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대안으로 각각 베이징과 상하이에 본부를 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신개발은행(NDB)을 만들었다.

TPP 논의가 정체된 상태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은 중국이 지원하는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베팅하고 있다.

중국이 이끄는 경제 이니셔티브가 확실하진 않지만, 미국과 동맹들의 가시적인 경제적 대안이 부재한 상태에서 점점 더 많은 국가가 중국의 경제 공세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수전 라이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빗대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순방에서 중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이번 순방은 미국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늘릴 수 있는 기회였지만 미국을 더 고립시키고 뒤처지게 만들었고, 새로 명명한 '인도·태평양'의 리더십을 중국에 갖다 바친 꼴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상대적으로 신중한 발언으로 미국의 안보 공약을 재확인하며 견고한 실적을 냈지만, 중국에서는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을 가지고 놀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을 거부한다는 중국의 기계적 암송에 반색하고, 중국의 새로운 양보나 타협은 끌어내지 못했다고 라이스 전 보좌관은 꼬집었다.

그러면서 시 주석에게는 당황스러운 정도로 아첨하는 발언을 쏟아냈고, 이는 아시아 전문가들과 동맹국의 등골을 오싹하게 할 정도라고 그는 설명했다. 특히 남중국해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언급을 회피함으로써 집단적 실망이 고조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번 순방은 상호 이익을 증진시킬 실질적인 결과를 얻어냈는지 분명치 않다며, 어떠한 새로운 정책적 지평도 열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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