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업, 전국 어디서나 비슷한 금융서비스하는 시대는 갔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일본 은행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있다.
전국 어디에서나 비슷한 규모의 은행 지점들이 기업과 주민에게 금융서비스를 하는 시대를 마감하고 선택과 집중에 나서는 모습이라고 아사히신문 등이 14일 보도했다. 인구감소와 초저금리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 금융과 정보기술(IT)이 결합한 핀테크(FinTech)의 확산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일본에서는 1991년 거품경제가 붕괴되면서 수많은 은행들이 부실채권 문제로 홍역을 앓으며 통폐합하는 1차 구조조정이 이루어진 뒤 한동안 안정화되는 듯했으나 최근 2차 구조조정 분위기다.
대표적인 곳이 미즈호금융그룹(FG)이다. 일본 3대 거대은행(메가뱅크) 가운데 한 곳인 이 그룹은 13일 2017회계연도 9월 중간결산과 함께 중기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미즈호의 종업원은 그룹 전체로 7만9천명인데, 10년 후 2027년 3월말까지 20%가 넘는 1만9천명을 줄인다. 희망퇴직 없이 퇴직자보다 적은 인원을 신규채용하는 방식으로 줄여나간다.
점포 수도 줄인다. 미즈호은행, 미즈호신탁은행, 미즈호증권 등 미즈호 그룹 전체로는 일본에 800여개의 영업점포가 있다. 중복 등을 제외한 500여 점포가 있는데, 8년 뒤 100개를 줄인다.
일본 은행들의 각 지점은 개인이나 법인을 상대하고 있지만 일부 지방에서는 주택론 신규 판매를 하지 않고 제휴하는 지방은행에 맡긴다. 자산운용이나 증권 고객은 소개받는다.
여러 가지 업무를 모두 갖춘 종합형 점포를 집약하고 다수를 소형점포로 전환한다. 사토 야스히로 미즈호FG 사장은 "이제 역 앞에 점포를 둘 필요가 없어져 점포정책을 전환한다"고 말했다.
점포를 줄이는 대신 디지털기술을 사용한 단말기나 로봇 등을 활용한다. 미즈호의 과감한 구조조정에 대해 노무라증권 다카미야 겐 애널리스트는 "다른 은행에도 영향을 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런 구조조정의 배경은 일본사업을 중심으로 한 수익구조 악화다. 9월 중간결산에서는 최종 돈벌이를 나타내는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0% 적은 3천166억엔(약 3조1천200억원)이었다.
일본 내 대출잔고는 옆걸음질하고 초저금리 탓에 대출 이자수입은 계속 축소되고 있다. 해외 대출도 최근에는 기대하는 만큼 늘고 있지 않다고 은행 측은 설명했다.
미즈호금융그룹의 경비 비율은 72.4%로 지난 3월말 시점 60%대 전반이었던 미쓰비시UFJ금융그룹이나 미쓰이스미토모금융그룹보다 높다. 수익이 늘지 않아 조직 슬림화는 피할 수 없게 됐다.
다른 거대은행들도 일본 내 사업 효율화를 진행 중이다.
미쓰비시UFJ금융그룹은 2018년도부터 업무량 삭감이나 점포 통폐합을 진행한다.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은 점포 500개 가운데 20%를 줄인다.
점포 형태도 재편된다. 핵심점포와 경량화점포로 재편하고 무인점포도 도입하며, 핀테크 서비스를 확대해 인터넷을 통해 사무절차를 마치도록 추진한다.
히라노 노부유키 미쓰비시UFJ금융그룹 사장은 "예금을 받아 융자하는 금융중개를 하는 본질적인 기능은 중요하지만, 향후 금융업계에서는 그것에만 의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방편으로는 해외사업을 확대한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대형은행인 다나몬은행 출자검토를 시작했다. 그룹의 이익에서 점유하는 해외 비율은 향후 50%를 넘을 것 같다.
미쓰이스미토모금융그룹도 점포 기능을 수정한다. 점포를 줄이지는 않지만 사무부문을 경량화한다. 향후 3년에 걸쳐 4만여명 분의 업무량을 삭감하려고 한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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