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5분' 지켜 화재현장 도착한 소방차 57%뿐 왜?

입력 2017-11-14 12:27  

'골든타임 5분' 지켜 화재현장 도착한 소방차 57%뿐 왜?

충북 1년새 8.7%p↓…최악 가뭄에 산불 잦아 원거리 출동

자동차 늘면서 교통체증 심화…"양보하는 시민의식 필요"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화재 진압을 위한 소방차 출동의 골든타임은 '5분'이다.

화재 발생 후 5분이 지나면 연소 확산 속도와 피해규모가 급격히 증가해 진화에 어려움이 따르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올해 충북 내 소방출동의 5분 이내 도착률이 전년보다 10% 가까이 떨어졌다.

14일 충북도소방본부가 도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도내 12개 소방서는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화재 진압을 위해 총 1천227회 출동했다.

이 중 5분 이내 화재현장에 도착한 횟수는 708건(57.7%)으로 절반을 조금 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5분 이내 도착률 66.4%와 비교하면 1년 새 8.7%포인트가 하락한 것이다.

지역별로는 청주 서부소방서가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는데, 87.6%에서 64.7%로 22.9%포인트나 떨어졌다.

괴산소방서(50.5%→33.8%)와 충주소방서(76.7%→63.9%)도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도내 12개 소방서 중 5분 이내 도착률이 하락하지 않은 소방서는 올해 신설된 단양소방서를 제외하면 전년보다 4.3%포인트(54.7%→59%) 오른 음성소방서가 유일하다.

5분 이내 도착률이 하락한 이유로는 올 상반기 농가 등에 큰 피해를 준 최악의 가뭄이 꼽힌다.


봄부터 시작된 가뭄으로 지난 6월 한때 전국에 내린 비가 189.1㎜에 그치며 1973년 이후 같은 기간 최저 누적 강수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문제는 바짝 마른 대지에 산불이 덩달아 증가한 것이다.

산불은 특성상 원거리 출동이 불가피해 5분 이내 출동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실제 올해 10월까지 발생한 산불은 102건으로 지난해 78건보다 24건이 많았다. 여기에 산불과 비슷한 들녘 화재도 전년 대비 14건이 늘었다고 소방본부는 전했다.

해마다 늘어나는 자동차 수도 소방출동을 지연하는 대표 원인이다.

9월 말 현재 도내 자동차 등록 대수는 78만2천346대로 전년 대비 2만7천999대가 늘었다.

해마다 2만∼3만대의 자동차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처럼 증가하는 자동차를 충분히 소화할 수 없는 도로 형편상 교통체증으로 인한 출동 지연은 사실상 불가항력에 가깝다.

충북도 소방본부 역시 이런 문제를 개선하고자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내년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가는 '긴급차량 우선 교통신호시스템'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시스템은 소방차나 119구급차 등 긴급차량이 교차로를 지날 때 경찰 교통정보시스템에서 정상 교통신호를 강제로 중단한 뒤 이들 차량이 우선 통행할 수 있도록 교통신호를 연동시켜주는 것이다.

지난 4월부터 6개월간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청주 시내의 차량 통행이 잦은 구간 등을 중심으로 이 시스템을 시범 운영한 결과, 135건의 화재와 구급을 위한 긴급차량 출동시간이 각각 3분 37초, 4분 17초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 외에도 청주시 주요 차량정체 2개 구간에 소방차 우선 차로 노면 표시를 하는 한편 대로와 접한 7개 소방서 앞에는 출동시간 단축이 가능하도록 신호제어시스템을 소방서에서 직접 조작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충북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소방출동을 지연하는 교통체증 문제를 해소하려면 시스템 개선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우선돼야 한다"며 "소방차가 접근하면 운전자는 당황하지 말고 도로 좌·우측 가장자리로 양보하고, 횡단보도의 보행자는 소방차를 피해 잠시 멈춰달라"고 당부했다.

jeon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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