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6명 중앙·후보위원에 70년대생 고작 2명…'역대 최고령' 지도부
"시진핑 1인체제 확립하며 '격대지정' 전통 깨뜨린 탓"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1인 지배체제 확립 영향으로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서 '젊은 피'가 사라지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청리 연구원이 중국 공산당 대표기구인 중앙위원회 376명(중앙위원 204명·중앙후보위원 172명)을 분석한 결과 67.3%가 새로운 인물로 채워졌다.
중국 공산당은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대의원으로 2천287명을 선출했으며, 이들이 중앙위원과 중앙후보위원을 뽑았다. 중앙위원 중 정치국 위원 25명이 선출되고, 여기서 최고지도부인 상무위원 7명이 정해졌다.
중앙위원회에 진입하면 당, 행정부, 군부, 국영기업 등에서 중책을 맡게 되므로 그 진입 여부가 당 간부의 장래를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사망 등으로 인한 중앙위원 결원 시 중앙후보위원이 순차적으로 승계한다.
중앙위원회의 67.3%가 새로운 인물로 채워진 것은 2012년 18차 당 대회 때보다 훨씬 높아진 비율이다.
이는 시 주석이 1인 지배체제를 확립하면서 자신의 측근이나 충성파들로 중앙위원 등을 대거 교체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중앙위원회의 연령대는 수십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간 것으로 분석됐다.
18차 당 대회에서 선출된 중앙위원회의 평균 연령은 57세로, 5년 전인 18차 당 대회보다 0.9살 높아졌다. 10년 전인 17차 당 대회 때의 평균 연령인 53.5세와 비교하면 무려 4살 가까이 많아졌다.
376명의 중앙위원회 중 1970년대생은 고작 2명에 불과했다. 이는 10년 전인 17차 당 대회 때 1960년대생이 25명에 달했던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는 시 주석이 중국 공산당의 불문율인 '격대지정(隔代指定)'의 전통을 깨뜨린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격대지정은 중국 지도자가 한 세대를 건너뛰어 그다음 세대 지도자를 미리 지정하는 것을 말한다. 덩샤오핑(鄧小平)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을 이을 후진타오(胡錦濤)를 미리 낙점했고, 후진타오는 시 주석을 이을 지도자로 후춘화(胡春華)와 쑨정차이(孫政才)를 지정했다.
덩샤오핑은 격대지정 원칙을 세우면서 당 중앙위원회에 '젊은 피'를 대거 수혈하는 간부의 연경화(年輕化) 원칙도 확립했다. 차차기 젊은 지도자를 보좌할 간부들을 미리 육성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후 30여 년간 당 지도부의 연경화 원칙은 불문율처럼 지켜져 왔다.
하지만 시 주석은 격대지정 원칙을 깨뜨리고 19차 당 대회에서 후계자를 지정하지 않았다. 그 결과 당 간부들의 연경화 원칙도 지켜지지 않아 전반적인 당 간부의 고령화 현상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과 덩샤오핑이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덩샤오핑은 국공내전과 문화대혁명을 겪은 노쇠한 극좌파 간부들을 '물갈이'해야 했지만, 시 주석은 그와 같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젊은 피의 주된 공급원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을 못마땅하게 여겨 공청단 간부들의 요직 기용을 막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SCMP는 "시 주석은 최측근인 당 조직부장 천시(陳希)를 통해 측근들과 충성파의 대거 승진을 도모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상대적으로 젊은 간부들이 시 주석 재임 기간에 약진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천시는 시 주석의 칭화(淸華)대 화학공학과 동창으로, 재학 때 기숙사 룸메이트로 2층 침대의 위아래 칸을 나눠 썼던 '절친'으로 알려졌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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