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연구서 "문제행동과 모자관계 관련성 확인 안돼"
아이 맡기고 일하는 엄마들, 자책 안해도 된다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아이가 3살이 될 때까지는 엄마가 육아에 전념하는게 좋다"
일하는 엄마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이른바 '3세 신화'는 근거가 희박한 것으로 분석됐다. 3세 신화는 아이가 3살이 될 때까지는 탁아소나 보육시설에 맡기지 말고 엄마가 돌봐주는 게 좋다는 기성관념을 가리키는 말이다.
일하는 주부의 상당수는 아이를 어쩔 수 없이 조부모나 보육시설 등에 맡기면서도 이 신화 때문에 아이에게 미안해하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일터로 향하는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아이가 울기라도 하면 엄마는 더 고통스럽지만, 자책감까지 느낄 필요는 없는 셈이다.
NHK에 따르면 3세 신화가 널리 퍼진 건 '애착 이론'(Attachment Theory)을 주창한 영국 정신의학자 존 볼비가 1951년에 발표한 논문이 계기였다.
볼비는 보육원 등에 맡겨진 유아들의 심신발달이 늦은 이유를 분석한 세계보건기구(WHO) 위탁 연구 보고서에서 "모성적인 양육결핍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문제를 연구해온 스가하라 마스미 오차노미즈여대 교수는 "당시 일본은 아버지가 일하고 어머니는 가사와 교육을 담당하던 시절이어서 보고서 내용이 쉽게 받아들여졌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3살까지는 엄마가 집에 있어야 한다'는 3세 신화가 확산됐다"는 것이다.
스가하라 교수는 볼비 보고서는 "모자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엄마의 취업을 부정한 것이 아니었는데도 엄마가 없으면 좋지 않다는 한쪽 측면만 강조되고 말았다"고 강조했다.
스가하라 교수 자신이 일본인 모자 269쌍을 12년간 추적 조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이가 3살 미만일 때 엄마가 일하더라도 문제행동과 모자 관계와의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에서 1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도 마찬가지다. 2014년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이가 2살 이전에 엄마가 일을 하더라도 5살이 된 시점에서 아이의 학습능력과 문제행동간 관련성은 인정되지 않았다. "엄마의 취업은 아이의 발육에 위험요인도, 플러스 요인도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일까.
스가하라 교수에 따르면 "'엄마의 마음건강'과 '부부 사이', 보육원 등의 '보육의 질'이 아이의 발달에 영향을 줘 문제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게 연구에서 확인된 결과들이다. "중요한 건 안전한 환경에서 애정을 갖고 양육하느냐 여부"이며 "엄마뿐만 아니라 조부모나 아빠, 아이 보는 사람, 보육사 등 어떤 의미에서는 어떤 사람이 돌보더라도 괜찮다"고 한다.
40년 이상 엄마와 관련된 양육문제를 연구해온 오히나타 마사미(大日向雅美) 게이센죠가쿠엔(?泉女?園)대학 총장은 6천 명 이상의 엄마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아직도 3세 신화가 믿어지고 있는 걸 확인하고 인간의 역사와 문화는 정말 변하기 어렵다는 걸 절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3살까지가 `대단히 중요한 시기'라는 건 사실이며 이 시기에 사랑을 받아 자신감을 갖고 남을 믿는 마음을 길러야 한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 시기에 '엄마가 육아에 전념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바뀌어야 하며 엄마 뿐 아니라 아빠나 조부모, 이웃 등 여러 곳에서 애정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히나타 총장은 "아이가 3살이 될 때까지 확실하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되 젊은 세대가 아이를 재울 때 그림책을 한 권 읽어주는 정도의 여유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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