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보이소. 똥물 그대로 아입니꺼."
14일 오후 4시 부산 사하구 괴정천.
괴정천 인근에 사는 박말분(71·여) 씨는 하천에서 악취가 올라오자 코를 막았다.
짙은 검·녹색의 하천물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부유물들이 떼를 지어 물살을 따라 이리저리 떠밀려 다녔다.
비닐봉지와 칫솔 등 생활 쓰레기도 일부 목격됐다.
괴정천 주변에서 35년간 거주한 김모(66) 씨는 "6년 동안 부산시에서 하천공사를 했다더니 똥물은 변하게 없다"고 푸념했다.
같은 시각 괴정천 주변 도시철도 하단역 공영주차장에서는 '괴정천 생태하천 복원사업 완료'를 축하하는 부산시 행사가 열렸다.
'괴정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은 부산시가 2011년부터 괴정천에 230억원을 들여 하류 671m를 생태하천으로 바꾸기 위해 시행한 것이다.
시는 6년간의 공사로 괴정천의 하천 폭이 40m에서 46m로 넓어졌다고 밝혔다.
하천을 따라 산책로를 조성하고 5곳에 관람·전망데크를 설치했다.
지역 주민들이 편히 쉴 수 있는 휴식공간과 교량 2곳도 만들었다.
시는 오염된 퇴적토 2만8천여t을 퍼내 수질개선 효과도 거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괴정천이 생태하천으로 거듭났다는 부산시 발표에 동의하지 않는다.
괴정천 수질은 여전히 나쁜 상태다.
공사 완료 후에도 하천 상류에서 생활하수와 공장폐수가 여전히 떠내려오고 있다.
괴정천 상류인 괴정동 지역의 하수관로를 현재의 합류식 관거에서 오수를 따로 배출하는 분류식 관거로 교체하기 전에는 생활하수가 하천에 유입되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괴정동 지역 분류식 관거 교체는 부산시 하수도 정비계획에 따라 2025년 이후로 예정돼 있다.
주민 김모(66) 씨는 "하천 생태복원 사업을 하면서 정작 '생태'는 빠지고 토목사업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병수 부산시장은 "오염과 악취를 한꺼번에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괴정천 상류에서 내려오는 하수를 어떻게 완벽하게 고칠 수 있을지는 부산시와 사하구청의 숙제"라고 말했다.
서 시장은 "오늘 행사가 생태하천 사업의 준공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생태사업의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봐달라"고 덧붙였다.
read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