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강간으로 기소된 성인 남성들 잇따라 무죄 방면되자 사각지대 없애기로
13∼15세 사이에서 결정될 듯…여성단체들 "최소 15세는 돼야"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정부가 합의하고 성관계를 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을 법으로 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성년자 강간 혐의로 기소된 성인 남성들이 잇따라 '합의에 따른 성관계'임을 인정받아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법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이 커졌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는 특정 연령에 미달하는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성인에 대해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강간 혐의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14일(현지시간) 프랑스 언론들에 따르면 마를렌 시아파 양성평등 장관은 최근 BFM TV와 인터뷰에서 "특정 연령에 도달하지 않은 경우 성관계 사실이 파악됐을 때 이론의 여지 없이 자동으로 강간으로 간주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현재 프랑스에는 합의하고 성관계를 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이 명시된 법규가 없다.
다만, 프랑스 형법은 15세 미만인 사람과 성관계를 한 성인은 폭력이나 강요, 협박의 증거가 없으면 강간 외 성범죄(일종의 준강간)로 기소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을 뿐이다.
시아파 장관은 법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합의 하에 성관계할 수 있는 최소연령을 개정 성폭력방지법에 담아 내년 초에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개정 성폭력 방지법에는 거리 성희롱(이른바 '캣콜링'(cat-calling)의 처벌,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의 공소시효를 현행 20년에서 30년으로 늘리는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시아파 장관은 합의하고 성관계를 할 수 있는 연령을 13∼15세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나, 니콜 벨루베 법무장관은 전날 RTL 방송에 출연해 성관계 최소 가능 연령을 만 13세로 보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법으로 명시되는 성관계 최소 연령은 정부 간 논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프랑스 여성단체들은 최소 15세는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프랑스 정부가 이처럼 합법적 성관계 가능 연령을 법으로 명시하려는 것은 최근 미성년자 강간죄로 기소된 성인 남성들이 잇따라 "합의로 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해 강간죄 적용을 피했기 때문이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성인 남성들이 11세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강간) 기소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가 두 건이나 있었다.
지난주에는 파리 근교 센에마른 주(州) 지방법원은 합의하고 성관계를 한 정황이 인정된다면서 현 프랑스 형법 체계상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여성단체 '레 제프롱테 에스'는 성명을 내고 법원이 "11세 소녀가 자신에게 접근한 낯선 남자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성급한 결론을 내렸다"고 비난하고, 정부가 합의하고 성관계할 수 있는 연령을 최소 15세로 정하라고 주장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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