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틴베스트, 882개사 지배구조 평가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국내 주요 상장사 가운데 지난해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의 반대 의견이 제시된 기업이 전체의 3%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5일 사회적 책임투자 컨설팅 업체인 서스틴베스트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시장 상장 기업 882개를 대상으로 한 지배구조 평가 내용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이사회에서 사외이사가 반대 의견을 한차례라도 표명한 적이 있었던 기업은 25개에 불과했다.
이는 평가 대상 기업의 2.8%에 해당한다.
반대, 보류, 기권, 수정, 조건부 찬성 등 찬성 이외 의견으로 범위를 넓혀도 수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사외이사가 이사회 안건에 찬성이 아닌 의견을 한 번이라도 제시한 기업은 전체 평가 대상의 4.4%인 39개사였다.
나머지 95.6% 기업에서는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서 소액주주들의 이해와 직결된 중요 안건들을 심의하면서 최대주주나 경영진의 의견에 맞게 '찬성' 의견만 낸 것이다.
기업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 의장의 독립성 수준도 미흡했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나 최대주주, 동일인(총수)이 아닌 사외이사가 맡은 경우는 평가 대상 기업의 5.8%인 51개사에 그쳤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국내 상장사 내부통제 수단의 형식적 요건은 과거보다 강화됐으나 경영진의 주요 의사결정에 사외이사가 독립적으로 제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지배주주나 경영진의 전횡을 견제하고 주주권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인 전자투표제나 집중투표제 도입 비율도 높지 않았다.
평가 대상 882개사 중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204개사(23.1%)였고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곳은 41개사(4.6%)뿐이었다.
이밖에 평가 대상 기업의 54.8%가 올해 3월 24일에, 14.6%는 3월 17일에 정기 주주총회를 여는 등 소액주주들의 참여를 어렵게 하는 '무더기 주총' 관행도 여전했다.
882개사 중 지배구조 측면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기업은 대형주 중에서는 지역난방공사[071320]·신한지주[055550]·포스코(POSCO[005490]), 중·소형주 가운데에는 KSS해운[044450]·유니온머티리얼[047400]·SKC코오롱PI[178920] 등이었다.
지역난방공사는 이사회 의장을 비상임이사가 맡고 장기 재직 사외이사나 감사가 없는 등 이사회 구성과 활동 면에서, 신한지주는 공시 등 정보 투명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포스코는 배당 등 주주권리 성과가 우수했고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KSS해운은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등 사외이사의 견제 역할 수행이 용이한 시스템을 갖췄고 유니온머티리얼과 SKC코오롱PI는 배당 등 주주권리 성과가 우수하고 관계사 위험이 적었다고 서스틴베스트는 설명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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