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감독 비롯한 코치진은 각자 지닌 '도쿄돔 비밀' 공개
도쿄돔에서 훈련할 기회는 15일 공식 훈련 2시간 30분이 전부
(도쿄=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24세 이하·프로 3년 차 이하 선수로 구성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한국 야구대표팀에게 도쿄돔은 미지의 영역이다.
도쿄돔에 야구를 '보러' 가본 선수는 있어도, 엔트리 25명 중 도쿄돔에서 야구를 '해본' 선수는 한 명도 없다.
1988년 세워진 도쿄돔은 '일본 야구의 심장'이라고 불린다. 프리미어 12,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한국이 일본을 인상 깊게 이긴 곳이기도 해서 한국 야구에도 뜻깊은 장소다.
한국에 돔구장이 없었던 시절에는 도쿄돔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신기한 곳이었지만, 작년부터 넥센 히어로즈가 서울 고척 스카이돔을 홈으로 쓰면서 더는 돔구장이 미지의 영역은 아니다.
그래도 도쿄돔만의 특징은 적지 않다. 선동열(54) 감독은 '도쿄돔 적응'을 이번 대회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
선 감독은 "도쿄돔은 1991년 한일 슈퍼시리즈에서 처음으로 가봤다. 당시에는 나도 나름대로 경험이 많았는데, 도쿄돔 마운드에 서니 정말 긴장되더라. 우리 선수들이 제 기량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젊은 선수들의 도쿄돔 경험은 이번 대회로 끝나지 않는다. 2019년 프리미어 12, 2020년 도쿄 올림픽, 2021년 WBC 모두 도쿄돔에서 경기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선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은 4일 대표팀 소집 이후로 선수들에게 도쿄돔만이 가진 특징을 꾸준히 알려줬다.
선 감독은 "도쿄돔 원정 불펜은 겨우 두 명이 들어가서 던지면 꽉 찰 정도다. 막힌 공간에서 던지다가 마운드에서 서면 갑자기 탁 트여서 당황스러울 정도다. 그래서 우리 선수들이 불펜 피칭할 때 일부러 더 먼 거리에서 던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홈런이 많이 나오는 것도 도쿄돔의 특징이다.
도쿄돔 지붕은 특수 유리 섬유 소재로 이뤄졌다. 이를 달걀처럼 부풀리려면 상승기류가 필요하다. 그래서 타구가 다른 구장에 비해 멀리 날아간다.
선 감독은 "투수는 딱 맞는 순간 홈런인지 아닌지 안다. 내가 현역 때 딱 맞는 순간 '잡혔다' 싶은 공도 도쿄돔에서는 훌훌 넘어갔다. 투수들이 이 부분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야에는 유지현(46) 내야 수비코치, 외야에서는 이종범(47) 외야 수비코치가 '족집게 과외'를 한다.
도쿄돔 내야는 홈플레이트와 마운드, 베이스 근처만 흙으로 덮였고, 나머지 부분은 모두 인조잔디인 것이 특징이다.
유 코치는 "약간 감각이 다를 수는 있지만, 내야에 발자국이 남지 않기 때문에 불규칙 바운드도 일어나지 않는다. 조금만 적응하면 내야 수비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코치는 도쿄돔의 '뾰족한 외야 펜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보통 야구장 외야 펜스는 호선(활 등 모양으로 굽은 선)을 그리지만, 도쿄돔 외야는 중앙 펜스 쪽에 꼭짓점이 있는 'ㅅ'자 모양이다.
이 코치는 외야수들에게 이 점을 강조하며 "펜스가 딱딱해 더 강하게 튀어나온다"는 부분도 빼놓지 않았다.
대표팀이 도쿄돔에서 훈련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공식 훈련으로 2시간 30분을 편성한 15일이다.
한국에서 훈련하며 도쿄돔을 머리로만 그렸던 선수들이 몸으로 겪을 귀중한 기회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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